“미리 넣을걸 그랬다”…기름값 더 오를까 서민들 한숨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7일 14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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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인하 폭 절반으로 축소…9월 소멸
"기름값 더 오른다니 걱정…부담돼" 토로
전문가 "탄력세율 적용 연장을 검토해야"

“밤 12시까지도 주유소에 사람이 넘치더라.”

인천에 거주하는 조철호(32)씨는 전날인 6일 기름값이 오른다는 뉴스를 접하고 늦은 밤 주유소를 급히 찾았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주유소는 미리 기름을 넣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그는 “조금이라도 쌀 때 넣자 싶어 미리 넉넉히 넣어뒀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거주하면서 대전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정모(34)씨는 “며칠 전 기름값이 오른다는 뉴스를 봤지만 ‘설마 바로 오를까’ 싶어 굳이 주유소를 찾지 않았다”면서 “오늘(7일) 가격 판이 달라져 있는 걸 보고 놀랐다. 앞으로 더 오른다는데 부담이 적잖다”고 토로했다.

11주 연속 오르막 세를 보이고 있는 휘발유·경유 가격이 더 상승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적용돼왔던 유류세율 인하폭이 절반가량 축소된 탓이다.

이번 조치는 기존에 적용되던 유류세 인하폭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없던 세금이 갑자기 붙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 줄여놨던 세율을 다시 올리게 되면 서민들은 체감상 증세나 마찬가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향후 생활비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서민들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7일부터 유류세율 인하폭이 15%에서 7%로 축소 조정된다. 이번 조치로 휘발유는 ℓ(리터)당 65원, 경유는 46원, LPG부탄은 16원씩 오르는 효과가 나타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1460원이다. 여기에 65원이 더해지면 1525원대 안팎 수준이 된다. 경유의 경우 전국 평균 가격이 1342.7원으로 향후 1300원 후반대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울의 경우 이미 평균 1553.5원을 기록하고 있어 7일부터 1600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휘발유값이 2000원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반년간 휘발유·경유·액화석유가스(LPG)부탄에 대해 탄력세율 15% 인하 조치를 시행해왔다. 하지만 이날 한꺼번에 세율을 원상복귀시킬 경우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단 점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단번에 세율을 정상화시키려 했던 최초 계획과 비교한다면 이 같은 인상 폭은 그나마 억제된 셈이다.

문제는 한동안 유류 값이 더 오를 거라는 점이다. 국제유가는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57.32원까지 급락했지만 이후 다시 상승세를 보여 이달 첫째주에는 71.4원까지 올랐다. 국제유가 상승분은 일정 시차를 두고 국내유가에 반영된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시행될 시기에는 국제유가가 바닥을 찍더니 하필 도로 올릴 시기에 와선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는 형국이다.

게다가 새로 적용된 인하폭 7%도 8월 말까지만 적용되고 9월1일부터는 원래 세율로 완전 정상화된다. 이렇게 되면 서울지역 평균 휘발유값은 1700원까지 넘나들 수 있다. 기재부는 세율 원상 복귀 때 휘발유값은 123원, 경유는 87원씩 오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름값과 같은 필수 소비재 물가는 서민에게 가장 민감하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경기 광명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태모(29)씨는 “차 끌고 다니기 겁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잖아도 장바구니 물가도 높다고 느껴지는데 기름값까지 더 오르면 걱정”이라고 했다.

향후 기름값 상승 전망과 경기 부진 등을 감안했을 때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를 더 연장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류비는 소득과 관계없이 지출하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부담이 크다”며 “경기 상황 등을 감안해 탄력세율 적용 연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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