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속출 주유소는 진화 중…개인창고·전기충전·편의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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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27일 0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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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10곳 중 1곳 문 닫아…“정유업만으론 경쟁력 없다”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유휴공간 활용한 창고사업 추진

셀프 스토리지 사업.(현대오일뱅크 제공)
셀프 스토리지 사업.(현대오일뱅크 제공)
단순히 기름을 넣고 세차하는 주유소가 물류·유통 등 산업과 결합해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개인 창고부터 택배 관리, 편의점까지 주유소의 공간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전국 직영 주유소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 일정 크기의 공간을 자유롭게 개인창고로 쓸 수 있게 대여하거나 짐을 박스 단위로 보관해 주는 ‘셀프 스토리지’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거지 내 수납 공간이 부족한 경우 이용할 수 있으며, 방·베란다·현관 등 일반 생활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주거비용 상승으로 공간 확보가 쉽지 않은 30~40대 가구나 1인 가구를 겨냥한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 캐노피 상부·사무동 등의 유휴 공간을 제공하고, 업무제휴 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그 공간에 창고를 설치해 기존 창고 네트워크와 결합하는 식이다. 셀프 스토리지 시장의 연간 규모는 미국의 경우 27조원, 일본은 6000억원에 달한다.

이런 주유소의 변신에는 위기를 극복하려는 정유업계의 고민이 담겼다. 국내 주유소 숫자는 2010년 1만3004개였지만, 지난해 말에는 1만1553개로 11.1%인 1451개 줄었다. 8년 동안 주유소 10곳 중 한 곳이 문을 닫았다는 얘기다.

특히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의 수요가 증가하고, 경유세 인상 주장은 확대되고 있으며, 주유소 과포화 등으로 경쟁력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휘발유·경유 판매 등 전통적인 정유업에 매달려선 더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7일 “주유소의 유통망에 기술을 접목해 기존의 주유소 역할을 확장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살 길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주유소 공간을 활용해 여러 산업이 결합하고 있는 추세다. 전통적인 사업은 주유소 공간을 활용한 택배 및 수거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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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주유소의 유휴 공간을 택배 물류의 중간 거점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주유소를 공유 인프라로 활용해 1시간 이내 방문 픽업을 전략으로 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에 여성안심택배함을 설치하기도 했다.

택배 등 물류관리 외에도 주유소에서 전기차의 충전과 셰어링, 정비 등을 받을 수 있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GS칼텍스는 올해 하반기 서울 시내 10개, 수도권 내 30개 직영 주유소에 이런 ‘융복합 스테이션’을 만들 예정이다.

같은 관점에서 SK에너지는 자사 3570여개 주유소와 전국 3500개 우체국을 이용해 주유소·우체국·전기충전소 인프라의 결합을 추진하고 있다. SK네트웍스와 현대자동차도 주유소를 전기차 전용 충전 공간으로 만드는 업무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주유소와 유통을 결합한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에쓰오일은 세븐일레븐과 함께 강서구 공항대로 하이웨이 주유소에 국내 최초로 무인편의점을 개장했다. 해당 장소는 주유하는 차량 외에도 유동인구가 많아, 주유소 고객뿐만 아니라 일반 고객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의 확대 등 앞으로 주유소 사업은 어렵겠지만, 기름 자동차가 중심이 되는 이상 교통산업의 거점으로 지속할 것”이라며 “물류·유통업계도 주유소를 이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어 서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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