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봄바람에도…‘코벤펀드’는 시름시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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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수익률 반등했지만 10% 상승한 코스닥 못따라가
작년 설정 후 평균 수익률 ―7.5%
손절매 이어지며 펀드규모 줄어… 코스닥 지속 상승 불투명해 한숨


직장인 손모 씨(33·여)는 지난해 5월 1500만 원에 가입한 코스닥벤처펀드를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손 씨는 이 펀드가 수익률은 물론이고 소득공제 혜택도 챙길 수 있는 효자 상품이라 믿었다. 하지만 가입 직후 수익률은 20% 넘게 곤두박질쳤고 최근 주가 회복에도 불구하고 손실률이 마이너스(―) 10% 수준에 머물자 손실을 보더라도 펀드를 정리하는 게 낫다고 결론 내렸다.

시장에 첫선을 보인 지 1년이 다 돼가는 코스닥벤처펀드가 저조한 수익률 탓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수익률이 다소 회복됐지만 계속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코스닥벤처펀드의 인기가 되살아나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24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공모형으로 판매 중인 12개 코스닥벤처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7.3%다. 이는 올해 코스닥지수 상승률 10.0%보다 낮다. 설정액 3200억 원으로 코스닥벤처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큰 KTB 코스닥벤처는 7.2%의 수익률을 올렸다. 삼성 코스닥벤처플러스의 수익률은 11.0%로 12개 펀드 중 가장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4월 펀드 설정 이후로 기간을 확대해보면 평균 수익률은 ―7.5%로 뚝 떨어진다. 수익률이 플러스(+)인 펀드는 12개 상품 중 에셋원 공모주코스닥벤처기업(3.7%) 하나뿐이다. 두 자릿수 이상 손실을 내는 상품도 5개에 이른다.

코스닥벤처펀드는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만든 정책 상품이다. 자산의 절반 이상을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 벗어난 지 7년 이내인 기업, 신규 상장 기업의 주식 공모에 써야 한다. 투자자가 3년간 펀드를 유지하면 투자금의 10%(최대 300만 원)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소득공제와 펀드수익률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펀드 판매가 시작된 뒤 약 3개월 동안 공모 및 사모를 통해 3조 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하지만 코스닥지수가 하락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의 관심은 빠르게 식었다. KG제로인에 따르면 한때 8000억 원에 가까웠던 공모형 코스닥벤처펀드 설정액은 손실이 발생하고 손절매가 이어지면서 6800억 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스닥벤처펀드의 포트폴리오에 문제가 있어 수익률이 부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대형주인 바이오 종목 대신 게임, 엔터테인먼트, 정보기술(IT) 및 인터넷 등의 비중이 높아 코스닥지수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코스닥시장 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부가 정한 코스닥벤처펀드의 운용 규정이 수익률에 악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코스닥벤처펀드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설정 6개월 이내에 벤처기업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단기간에 3조 원이 넘는 돈이 들어오자 일부 벤처기업 주가가 기업가치 이상으로 급등했고, 그 여파로 펀드 수익률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스닥지수가 계속 오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3월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유가증권 시장으로 집중되면 코스닥 시장은 또 외면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코스닥#코벤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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