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채 NH증권 사장의 굴욕…인니 증자 요청에 전원 거부

  • 뉴스1
  • 입력 2018년 12월 3일 13시 10분


사외이사들 부정적 의견에도 무리한 안건 상정 논란
인니 유망하다며 성과에만 목맸나…이례적 상황 자초

NH투자증권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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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이 지난 9월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증자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했으나 참석 사외이사 전원이 찬성하지 않아 보류된 것으로 드러났다. 보통 이사회 안건은 사외이사들과 사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교감을 이룬 상태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이들 전원이 보류를 결정한 이 사례를 보면, NH증권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3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9월20일 열린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진 6명(비상임이사 1명·사외이사 5명)은 인도네시아 현지법인(NH코란도증권) 증자 승인 안건에 전원이 ‘보류’ 의사를 밝혔다. 당시 정영채 대표이사, 최한묵 상근감사까지 이사진 8명 모두 참석했지만, 정영채 대표와 최한묵 감사의 의사 표시는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뉴스1은 경영진의 의사표시를 확인하기 위해 정영채 대표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NH증권은 올해 1~9월까지 11차례의 이사회를 열어 50개 안건을 처리했다. 지난 4월 이사보수 집행 안건이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보류된 데 이어, 9월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출자 건도 경영진의 의견이 이사회에서 거부됐다. 결국 NH증권은 NH코란도증권에 대한 증자 계획을 접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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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안건은 보통 이사회 개최 2주 전에 이사들에게 서면 통보하고 경영진은 안건 상정의 배경과 이유를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이사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보완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공식 안건 심의에 들어가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이 사례를 보면 경영진과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이사진들이 안건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면 보완하고 설득한 뒤 안건을 상정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 통과가 어렵다면 대개는 안건 상정을 보류하고 시간을 더 갖는다.

NH증권은 뒤늦게 당시 인도네시아 증자 안건은 이사회에서 통과하기 어려운 요인이 많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사회가 열리기 두 달 전인 7월29일부터 9월까지 연이어 발생한 인도네시아 강진으로 수백명의 사망자를 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의 금융위기 재연 가능성도 커져 투자 불확실이 높아지는 시기였다. 한국은행은 지난 9월 보고서에서 인도네시아를 신흥국 금융 불안 측면에서는 취약성이 높은 국가로 분류했다. 업계 한 관계자도 “하반기부터 여러 증권사가 인도네시아 투자를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NH증권의 설명대로라면 이사회에서 안건이 통과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안건을 상정했다는 얘기가 된다. 안건 상정을 강행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은 채, 당시 인도네시아 사업 확장이 시급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없음에도 이사회에 안건을 상정해 사외이사진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표 대결을 강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상정된 홍콩 현지법인 증자 건은 모든 사외이사가 만장일치로 찬성·통과됐다.

정영채 사장이 이처럼 강하게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증자에 목을 맸던 이유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긴 하다. 지난 2009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NH코란도증권은 그동안 부진했다. 작년 자산은 1030억원에 달하지만 순이익은 19억원에 그쳤다.

법인은 올해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8월에 현지 1위 영화제작소인 MD픽처스를 상장하는 등 3건의 현지 기업 기업공개에도 성공했다. 인도네시아에서 국내 증권사들의 경쟁도 점차 가열되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중위권 증권사를 인수한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7월 현지법인(KIS 인도네시아)으로 전환하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정영채 사장도 취임 이후 법인의 투자은행(IB) 부문 인력을 보강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신사업에 나설 뜻을 밝혔다.

결국 여러 금융 불안 요인으로 인도네시아 법인의 추가 증자에 망설였던 사외이사들을 설득하지도 못한 채 정영채 사장이 무리하게 안건을 상정했고, 이사 6명 전원의 거부로 안건이 부결되는 이례적인 상황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NH증권 관계자는 “당시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정해 사외이사가 증자를 보류한 것으로 (실무부서의) 무리한 안건상정으로 보기 어렵다”며 “찬성 일색이라고 비판받는 일련의 사외이사들과 달리 회사 이해관계를 떠나 소신껏 의견을 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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