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한옥마을 땅소유권 갈등에 준공승인 수년째 미뤄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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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안내고 편법거래까지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은평한옥마을 입주민과 SH의 갈등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은평한옥마을 입주민과 SH의 갈등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은평한옥마을 주민들과 서울주택도시공사(SH) 간의 갈등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한옥마을 용지를 분양한 지 6년이 넘었지만 땅 주인들이 SH로부터 토지 소유권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일부 입주민들은 등기가 안 된 토지와 한옥을 편법으로 거래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은평한옥마을은 서울시와 은평구가 2011년부터 은평뉴타운 안에 조성 중인 곳이다. 단독주택 용지 6만5500m²를 155개 필지로 나눠 한옥마을 용지로 2012년 분양했다. 현재 모든 필지가 분양을 마쳤으며 70채 넘는 한옥이 들어섰다. 다양한 형태의 한옥에 카페, 미술관, 공방 등이 들어서면서 서울의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고즈넉한 마을 분위기와는 달리 입주민들은 “속이 타들어간다”고 하소연한다. 분양 당시 SH에 3.3m²당 730만∼750만 원씩 주고 산 땅의 소유권이 아직까지 넘어오고 있지 않아서다. 서류상 땅 주인이 SH이기 때문에 이를 팔수도 없고, 이를 담보로 대출도 못 받는다. 한 입주민은 “5년 넘게 재산세를 내오고 있는데 정작 재산권은 전혀 행사할 수 없다”고 했다.

이는 지자체와 SH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SH가 한옥마을 용지 수분양자들에게 소유권을 넘겨주려면 서울시의 준공 승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준공 승인을 위해서는 SH가 지은 한옥마을 내 도로나 공원 등과 같은 기반시설 관리권을 관할 구청인 은평구로 넘겨야 하는데, 이를 은평구가 거부하면서 준공 승인이 늦춰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은평구는 SH가 조성한 기반시설에 하자가 있어서 이대로는 인수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SH에서는 10년 전 기반시설 공사를 마쳤는데 왜 인수를 하지 않느냐고 맞서면서 준공 승인이 늦춰지고 있다”고 했다. 은평한옥마을 내 주민 공동체 관계자는 “토지 소유권 관련 민원을 처음 제기한 게 3년 전인데 그동안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만 바빴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책임 떠넘기기’가 한옥 편법 거래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은평한옥마을 땅 주인은 SH이기 때문에 수분양자들은 정상적인 형태로 땅을 거래할 수 없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땅의 분양권을 포기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식의 편법 거래가 공공연하게 이뤄져왔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SH 담당자를 찾아가 토지 분양권 명의를 넘겨주는 식으로 거래하고, 4억 원가량 붙은 웃돈은 매수자와 매도자가 별도로 주고받는다. 이 경우 정상적인 매매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 같은 편법 거래가 늘면서 땅 주인이 그동안 세 번이나 바뀐 곳까지 생겨났다.

한 입주민은 “SH도 이 같은 양도차익 거래를 알고 있지만 거래를 막을 수 없으니 사실상 묵인해왔다”고 했다. 이에 대해 SH 관계자는 “기존 수분양자가 분양권을 포기하고 다른 계약자에게 이를 넘기는 방식은 불법이 아니다. 양도차익 거래는 개인 간 거래이기 때문에 SH가 관여할 바 아니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와 같은 편법 거래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전해 들어 파악하고 있다”며 “준공 승인을 빠른 시일 내에 마쳐 이와 같은 부작용을 없애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양도세#편법거래#은평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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