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관련정책 많이 나와야… 조세 통한 재분배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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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표 KDI원장 인터뷰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아직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고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아직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고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이 감소하는 건 상식이다. 다만 이를 측정할 방법이 없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최정표 원장은 24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사업주 입장에서 비용인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고용을 줄이는 경제의 기본 원리를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고용 급감의 주된 원인이 최저임금인지 입증할 수 없는 만큼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싱크탱크였던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경제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Q.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A. 일단 ‘고용대란’이라는 비판을 인정할 수 없다. 외환위기 이후 실업률이 치솟고 하는 게 대란이지 지금이 그런 상황인가. 최저임금 인상이 원인인 것처럼 비판하지만 입증된 게 없다. 데이터도 없다. 경기 요인, 구조조정, 인구구조 변화 등 여러 가지가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Q. 인구구조 변화 등의 영향이 있었을 수 있다는 분석, 이해하겠다. 하지만 그런 중장기적으로 계속되는 변수 때문에 취업자 수가 갑자기 급감할 수 있나.

A.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이 감소한다는 건 상식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혜택을 보는 많은 근로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 피해를 보는 이들만 밖으로 자신의 불만을 드러내니 (부정적 영향이) 과도하게 비치는 측면도 있다.

Q.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궤도 수정 여부를 두고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의 생각이 크게 달라 보인다.

A.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성장의 극히 일부 수단일 뿐이지 관련 정책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본격적으로 시행되지도 않았다. 조세정책을 통한 적극적인 재분배 정책이 필요하다.

최 원장은 자신이 대선 싱크탱크에 있었지만 ‘캠프’ 출신이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학자로서 경제적 자문에 응해준 것이지 정치적 성향에 따라 움직인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가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이고, 그런 그의 가치관이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맞닿아 있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Q. 현 정부의 대기업 정책, 어떻게 평가하나.

A. 한국의 10대 재벌은 한국 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거의 모두 장악하고 있다. 경제의 대부분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재벌에 의존해 경제를 이끌어가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재벌에 의존하자니 재벌 집중도가 더 심화되는 등 부작용이 크다. 한국은 대기업의 목소리가 재벌의 목소리라 정책 시행이 힘들다.

Q.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대기업의 목소리만 가려 듣는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A. 그게 어렵다.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 편취 행위를 통해 결국 재벌 가족으로 이익이 흘러간다. 이런 문제를 바꾸려면 상법 공정거래법 등을 손봐야 하는데 결국 입법을 통해 바꿔야 한다.

Q. 경제성장률이 부진하다. 성장은 더 이상 중요한 가치가 아닌가.

A. 3% 안팎의 성장률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 평균 이상이다. 한국보다 성장률이 높은 나라는 사회주의에서 넘어온 신생 시장 경제 국가 정도이다. 성장률에 집착하면 경제 집중이 심화되거나 분배 왜곡 등 부작용이 많이 나올 수 있다.

Q. 일자리를 늘리려면 어떤 정책적 보완이 필요한가.

A. 일자리를 늘리려면 일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새 산업을 일으켜야 한다. 선진국에 걸맞은 문화예술 산업을 일으키고,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육아 보육 산업도 키워야 한다. K팝 전용 공연장을 만들고 간병 요양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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