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투기지역 집값이 평균보다 많이 올라… 규제 실효성 의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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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집값 왜 못잡을까

27일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8·27부동산대책’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다. 지난해 ‘8·2부동산대책’ 이후 수요 억제에 치중했던 정책 기조에서 어쩔 수 없이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하지만 지금 택지지구를 지정해 아파트가 완공되려면 최소 5년은 걸린다. 더구나 국토부는 언제, 어디에 택지를 조성할지를 밝히지 못했다. 수요 대책으로 내놓은 서울 4개구 투기지역 지정 등도 당장 시장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견해가 많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던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먹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① 출구 막은 수요 억제로 인한 수급 불균형


6월까지만 해도 부동산 정책에 대한 관련 업계의 평가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연초 급등했던 서울 강남 집값이 안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에 이미 시장에서는 이상 증후가 감지됐다. 양도소득세 강화, 임대주택 전환 유도 등으로 매물이 줄어들면서 간혹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면 그에 맞춰 호가가 뛰는 불안한 장세가 펼쳐졌다. 여기에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등의 규제도 앞으로 정비사업을 통한 아파트 공급량이 줄어들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의 대책을 시장은 ‘매물 품귀’로 읽었고 더 늦기 전에 서울 집을 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59m²(24평형)가 최근 24억5000만 원에 팔리면서 ‘3.3m²당 1억 원 시대’가 열렸다.

이번에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동작구의 열린단지내공인중개사무소 정준일 대표(상도동)는 “주택담보대출이 가구당 1건으로 제한되면 투자가 어려워지니까 집주인들이 현재 갖고 있는 집이라도 계속 보유하려 해 오히려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했다.

② 투기 방지에 집중, 공급 대책 등한시

이날 국토부는 8·27대책을 발표하며 향후 5년간 서울의 연평균 신규 주택 공급량은 7만2000채로 연평균 신규 주택 수요 5만5000채를 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노후주택, 정비사업에 따른 멸실 수요 등을 감안하면 서울 주택 수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순증 물량은 1만4491채로 최근 6년 사이 가장 많았던 2014년(3만5459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국토부는 수도권 내 신규 택지를 30곳 추가해 2022년까지 총 44곳의 공공택지를 조성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7월 신혼부부 주거지원 방안에서 이미 발표해 중복되는 걸 제외하면 14곳 24만2000채에 그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지방의 투자 수요까지 서울로 몰려오는 마당에 일부 실수요를 수도권으로 분산한다 해도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③ 박원순 서울시장의 ‘결정적 한 방’

서울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여전한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과 ‘강북 우선 투자’ 방침을 연달아 발표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박 시장 재임 기간 동안 서울시는 한 번도 개발 중심 정책을 내놓은 적이 없었는데 이번 개발 계획은 서울시의 시정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신호를 줬다. 사람들의 기대가 커지면서 집 구매를 더 미루면 안 된다는 불안심리까지 자극했다”고 했다.

실제로 박 시장의 여의도·용산 개발 언급 직전인 7월 9일과 비교해 8월 20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은 1.11% 뛰었다. 김 실장은 “부동산은 투자심리에 민감한 시장인 만큼 정부와 서울시의 방향성이 일관된 신호를 주지 못하면서 시장 혼란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④ 유동성 관리 실패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이 불안한 요인 중 하나를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라고 본다. 저금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을 제외하고는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금, 요구불예금, 6개월 미만 정기예금 등 시중 부동자금은 6월 말 기준 1116조7000억 원으로 1년 만에 75조 원가량 늘었다.

유동성 관리의 핵심 수단인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8개월째 1.5%로 묶여 있다. 저금리를 활용해 이른바 주택 구입에 나서기가 여전히 쉬운 상황인 셈이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최근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서울의 개발계획이 발표돼 과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⑤ 약발 떨어진 보유세 개편안

보유세 인상 방안의 강도가 예상보다 약했던 것도 부동산 정책의 ‘오발탄’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는 내년부터 35만 명에게 연간 7400억 원을 추가 징수하는 내용의 종합부동산세 인상안을 지난달 확정했지만, 집값은 이후에도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세율 조정에 따른 부담 증가보다는 시세 상승에 따른 이익이 더 크다고 봐서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영향으로 서울 집값이 단기적으로 주춤하더라도 가을철 이사 수요 등도 있어서 시장이 안정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추가로 준비 중인 세제·금융 대책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주애진 jaj@donga.com·박재명·김재영 기자
#8·27부동산대책#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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