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후보 3명 靑 검증 통과못해… 국민연금공단 “적임자 없었다”
장기공석으로 자산운용 차질 우려
국민연금공단이 11개월째 자리가 비어 있는 기금운용본부장(CIO) 후보를 재공모하기로 했다. 626조 원이 넘는 거대 기금을 굴리는 CIO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국민 노후자금 운용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연금공단은 27일 “기금운용본부장 공모를 실시한 결과 적임자가 없었다”며 “기금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재공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는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본부장이 낙하산 인사 논란 등으로 사퇴한 뒤 1년 가까이 비어 있다.
올 2월부터 진행된 공모에서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 등 3명이 최종 후보로 올랐다. 곽 전 대표가 유력하다는 설이 나왔지만 세 후보 모두 청와대의 인사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이 재공모를 통해 적임자를 찾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기금 운용의 취약한 독립성과 단기 실적 압박 등으로 중량감 있는 전문가들의 외면을 받고 있어서다. 퇴직 후 3년 동안 금융 유관 업종에 취업할 수 없고 민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나 투자책임자 대비 절반 수준인 낮은 보수도 지원을 꺼리게 만드는 요소다.
기금운용본부에 몸담았던 자산운용사 임원은 “투자 성과에 대해 정부나 국회의 참견이 끊이지 않는다”며 “역량 있는 인사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본시장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기금운용본부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국민연금의 주요 투자 결정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기금 운용 책임자가 없다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장의 투자 철학과 역량에 따라 기금 운용 성과가 크게 좌우된다”며 “기금운용본부장의 오랜 공백으로 주요 투자 집행이 미뤄져 장기적으로 수익률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금운용본부장은 기금이사추천위원회가 3∼5배수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청와대 검증을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임명한다. 임기는 2년이고, 1년 연임할 수 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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