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매장의 혼잡함을 잊게 하는 빠른 음악

  • 동아일보

백화점이나 면세점의 명품 브랜드 매장들은 매장 내 머무는 고객 수를 철저하게 통제한다. 매장 내부가 지나치게 혼잡해져 쇼핑하는 고객들이 불편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반적인 리테일 매장이 명품 브랜드처럼 매장 혼잡도를 인위적으로 관리하기는 어렵다. 매장 밖에서 기다리는 고객이 불만을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적당히 혼잡한 매장은 사람들에게 매장 내 제품이 인기 있다는 긍정적인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매장 내 많은 사람을 머물게 하면서 혼잡함에 따른 고객 불편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유럽 연구진이 매장 내 음악이 매장 혼잡도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놔 주목된다. 연구진은 매장 내 빠른 템포와 느린 템포의 음악을 틀고 방문객들이 느끼는 매장 혼잡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연구 결과 매장이 지나치게 혼잡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한산할 경우 매출이 안 좋았다. 매장 혼잡도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정확하게 역유자형 패턴을 보였다. 즉 적절한 수준의 매장 혼잡도에서 매출이 가장 높았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매장 내에 빠른 음악을 틀었을 때는 매장 혼잡도가 높아도 매출이 오히려 상승했다는 점이다. 매장 내 사람이 너무 많으면 사람들은 심리적 흥분 상태에 빠져 빨리 매장을 떠나고 싶어진다. 그런데 빠른 템포의 음악이 흘러나오자 방문객들은 자신의 흥분 상태가 혼잡함보다는 빠른 음악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특정 현상의 원인을 잘못 판단한 것인데 이를 심리학 용어로 ‘잘못된 귀인(misattribution)’이라고 부른다. 매장의 빠른 음악이 방문객들에게 잘못된 귀인 현상을 일으켜 매장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감소시킨 것이다.

연구 결과는 음악이 매장의 혼잡함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완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매장의 매니저는 고객에게 최적의 매장 경험을 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빠른 음악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seungyun@konkuk.ac.kr
#매장#혼잡함#빠른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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