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공유, 한국선 규제에 발목잡히자… 해외로 눈돌리는 대기업들

  • 동아일보

자율주행-물류 등 무한확장 가능
“미래 먹거리 발굴” 관심 크지만 택시업계 반발-불법 논란에 ‘스톱’
이대로 가면 신성장사업 고사 위기

국내 카풀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착잡한 기분이다”고 말했다. 미래에셋금융그룹과 SK그룹의 사업형 지주회사 SK㈜가 각각 중국 및 동남아시아 1위 차량공유서비스 업체인 ‘디디추싱(滴滴出行)’과 ‘그랩(Grab)’에 투자한다는 소식을 듣고 난 뒤 밝힌 소감이다. 그는 “내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라도 한국보다 해외 차량공유서비스 스타트업에 투자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과 규제, 불법 논란에 한국 차량공유서비스 시장이 발목 잡혀 있는 사이 한국 대기업들이 해외 스타트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4일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약 2800억 원의 투자 펀드를 만들어 중국의 대표적 차량공유서비스 기업 디디추싱 투자를 밝혔고, SK㈜는 동남아시아 1위 차량공유서비스 기업 그랩에 투자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그랩에 지분투자를 했다. SK㈜는 지난해에도 미국 개인 간(P2P) 카셰어링 1위 업체 투로에 지분투자를 했다.

디디추싱의 기업가치는 약 56조 원으로 치솟았고 그랩의 가치도 약 6조4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그랩은 기업가치가 70조 원에 달하는 우버의 동남아 사업을 넘겨받는 대신 우버에 지분을 넘기는 식으로 통합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우버와 디디추싱, 그랩, 올라캡스(인도 1위 차량공유 업체) 등에 총 37조9000억여 원을 투자하는 등 큰손들의 투자가 몰리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속속 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미국 빅3 완성차 업체 중 한 곳인 제너럴모터스(GM)가 ‘메이븐(Maven)’이란 브랜드로 카셰어링 시장에 진출했는데 GM은 젊은층이 몇십 달러만으로도 GM 자동차를 만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또 초기 시장 반응을 살피는 등의 목적으로 메이븐을 활용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차량공유서비스 시장이 이토록 주목받는 것은 자율주행기술, 물류나 배송 등 제2, 제3의 산업으로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갖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 차량공유서비스 시장은 2014년 글로벌 차량공유업체 우버(Uber)의 불법 논란 당시에서 사실상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현대자동차는 국내 카풀 서비스 업체 럭시에 50억 원 투자를 결정했다가 1년도 되지 않아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에 지분을 되팔았다. 스마트폰으로 승용차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주는 스타트업 풀러스 역시 현재 택시업계의 반발과 불법 논란 때문에 사업 확장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성장에 제한을 받으면서 국내 차량공유 업체에 대한 투자가 경색되고 대표 기업들의 기업가치도 수백억 원대에 머무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는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 시도는 혁신이 아닌 불법이란 인식이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전 세계 자동차 회사, 스타트업, 정부가 차량공유 시장을 미래 신성장 사업으로 보고 집중 육성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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