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연구원 근로계약 의무화하니… 학생 절반이 계약 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5일 03시 00분


연구기관, 인건비 올라 계약 꺼려… 계약해도 1년 단기가 대부분

정부가 국가연구사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학생연구원 근로계약 의무화 제도’가 오히려 단기 계약만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계약 의무화 제도는 대학에서 학위과정을 밟는 학생 중 연구 경험을 쌓기 위해 정부 출연 연구기관을 자발적으로 찾은 연수생에게 우선 적용된다. 현재 정부 출연 연구기관 19곳 중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을 제외한 18곳이 도입했다.

하지만 4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조사 결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학생 연수생은 올해 2월 말 기준 1053명으로, 제도를 도입하기 전인 지난해 6월(1302명)보다 오히려 20%가량 줄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경우 학생 연수생 중 53.2%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연구기관들이 근로계약 체결을 꺼리는 건 학생 인건비로 비용이 20∼30% 올라가서다. 올해 2월 개정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연구책임자는 연구비 세목으로 4대 보험 부담금과 퇴직급여충당금 등을 포함한 학생 인건비를 일정 기준금액 이상 계상해 사용해야 한다. 한 연구기관의 석사과정 연구원 K 씨는 “연구비 사정이 좋지 않은 연구실은 역할이 큰 몇몇 학생들 위주로 근로계약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계약을 맺은 학생들도 계약기간이 대부분 1년에 그치고 있다. A기관의 연구책임자 L 선임연구원은 “연구과제는 보통 2∼5년 단위지만 근로계약을 맺으면 인건비 부담이 커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기관과 1년 근로계약을 맺은 박사과정 연구원 M 씨는 “이번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재계약은 없다는 기관의 지침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제도에는 또 다른 맹점이 있다. 석·박사과정 학생들은 장학금을 받으려면 근로계약을 맺기 힘들다. 취업 상태가 되면 장학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연구재단이 석·박사과정 학생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글로벌박사펠로우십(GPF)’의 경우 ‘전일제 학생 신분 유지’가 조건이다.

최근 C기관 연수를 그만둔 성균관대 박사과정 연구원 J 씨는 “장학금을 받으면 학업 우수성을 인정받는 것이기도 해 어쩔 수 없이 기관 연수를 포기했다”며 “기관에서 하던 프로젝트를 중단하면서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듯해 아쉽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근로계약을 맺어도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부와 논의했지만 교육부는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김소영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학생 연구원을 근로자로 정의하는 것을 두고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학생 연구원에 맞는 새로운 근로자 개념이 필요하다. 산재보험 특례조항을 만들어 학생연구원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학생연구원#근로계약#의무화#인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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