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투기 논란으로 가상통화 규제책이 연이어 나오는 가운데 가상통화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정부 관점이다. 정부는 가상통화 투기 과열은 잠재우고 블록체인 기술은 활성화하겠다는 ‘투 트랙’ 전략을 거듭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4일 업무보고에서 올해를 ‘블록체인 확산 원년’으로 삼아 상반기(1∼6월)에 수립하기로 했다. 가상통화 규제로 블록체인 개발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고 블록체인 육성책을 내놓은 것이다.
비트코인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은 2016년 다포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구현하는 중요 기술 중 하나로 지목됐다. 금융, 의료, 유통 등 산업은 물론이고 정치, 사회, 문화 등 공공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는 범용 기술이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첫 사례인 셈이다.
블록체인은 ‘중개자 없이 개인 간(P2P) 거래’를 돕는 기술이다. 은행처럼 하나의 중앙 서버가 모든 정보를 관리하지 않고 여러 주체가 거래 장부 사본을 공유하는 ‘분산 장부’ 방식을 쓴다. 은행 등 거래의 중간 관리자가 필요 없어서 거대 플랫폼이 누려왔던 기득권을 약화시키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10년 내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블록체인에 저장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블록체인이 ‘제2의 산업혁명’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블록체인의 핵심은 ‘안전한 분권화’와 ‘거래 비용 감소’다. 개인정보, 거래 명세 등 정보가 여러 주체에 분산 저장되기 때문에 위·변조가 어렵다. 거래 당사자가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에게 줬던 인증료, 수수료 등 거래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교보생명은 실손의료보험금 청구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 중이다. 환자가 보험금 청구 의사만 밝히면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보험사에 전달된다. 환자는 병원에서 진료 기록 사본 등을 떼서 제출할 필요가 없다. 서울시는 삼성SDS와 손잡고 장안평 중고차 매매 과정에 블록체인을 도입해 자동차 사고나 수리 이력을 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결함을 숨긴 채 매매가 이뤄질 수 없게 하기 위해서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기존 시장 구조를 개선하고 새 시장을 창출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국내 스타트업인 메디블록은 환자 의료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사고팔 수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병원 등 정보 주체에 직접 보상(‘메디토큰’)을 해서 의료정보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계산이다. 글로스퍼는 국내 음원 시장의 수익 대부분을 유통사가 가져가는 구조를 개선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 선점 경쟁도 뜨겁다.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는 최근 IBM과 손잡고 무역 거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합작법인(JV)을 설립해 화물 이동과 추적을 쉽고 빠르게 할 예정이다. 미국 월마트는 식품 유통 전 단계를 블록체인을 통해 관리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유럽 에어버스는 3차원(3D) 프린팅 부품 생산과 이동 과정을 블록체인으로 관리해 설계도 유출을 막고 생산 속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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