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광군제-美블프 코앞… 유통가, 맞불세일 나선다

  • 동아일보

소비자 선점 위해 최고 70% 할인
옥션-G마켓 첫 합동행사, “썰렁했던 세일페스타와 대조”
알리바바, 올부터 오프라인 확대… 24일간 1500만개 상품 쏟아내

국내외 유통 및 소비재 업체들이 11월 들어 들썩이고 있다. 11일 중국 광군제를 시작으로 24일 미국 블랙프라이데이까지 글로벌 쇼핑축제가 줄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고객들의 냉대 속에 막을 내린 코리아세일페스타와는 확연히 다른 열기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광군제가 시작되자마자 2시간 만에 ‘려’ 샴푸를 24억 원어치나 팔았다. 올해 역시 광군제 대비 마케팅 계획을 미리 준비해뒀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 소비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맞불 세일’을 기획했다. 소비자들은 한국 쇼핑몰, 중국 광군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의 할인혜택을 비교하면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한 온라인 유통업체 관계자는 “쇼핑 국경이 사라졌다. 세계 쇼핑축제가 11, 12월이고 겨울 상품 할인판매가 시작되는 시기라 제조업체 참여가 활발한 편”이라고 말했다.

광군제는 2009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가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시작하면서 중국 최대 쇼핑축제가 됐다. 지난해 광군제 하루 거래액은 1207억 위안(약 20조3283억 원)이나 됐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는 11월 넷째 주 금요일이다. 이날부터 크리스마스까지 한 달간 미국 소매 매출의 30∼40%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부 이예원 씨(35)는 “다이슨 청소기를 광군제 때 살지, 블랙프라이데이 때 살지 고민이라 열심히 검색 중이다”라고 말했다.

알리바바는 이번 광군제를 오프라인으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달 31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계획이다. 원래는 24시간 동안 온라인 할인행사만 진행했지만 올해부터는 11일 시작해 24일 동안 중국 전역에서 쇼핑행사를 연다. 14만 개 브랜드가 참여해 1500만 개 할인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11일 축하행사에는 미국 가수 퍼렐 윌리엄스, 중국 배우 장쯔이 등이 출연한다. 대니얼 장 알리바바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 소비자, 소매상, 물류기업, 금융기관, 쇼핑센터가 함께하는 대규모 비즈니스 협업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유통업체는 서둘러 소비자 선점에 나섰다. 이베이코리아 계열사인 옥션과 G마켓은 1∼11일 ‘빅스마일데이’를 합동으로 연다. 두 쇼핑몰이 대대적 할인행사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다이슨, 샤오미, 조르조 아르마니, 아디다스, 헤라 등 1000여 개 브랜드가 50∼70% 할인상품을 판다. 이베이코리아는 빅스마일데이를 올해부터 정례화할 계획이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명절을 제외한 연중 최대 할인행사인 창립기념 기획을 이달 준비 중이다.

사실 국내에서 가장 큰 쇼핑축제는 9월 28일∼10월 31일 열린 코리아세일페스타다. 하지만 이 행사가 끝나자마자 쇼핑축제 분위기가 더 살아나는 분위기다.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진행된 34일 동안 주요 백화점 매출 상승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 안팎에 그쳤다. 현대백화점은 오히려 2.8% 줄었다. 한 유통업체 관게자는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정부가 주도하다보니 기업이 주인공이 아니다. 아무래도 소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혜택과 함께 문화가 있는 쇼핑축제를 만들어야 소비자가 움직인다고 분석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는 역사가 오래돼 제조업체가 미리 상품을 준비한다. 광군제는 거대 시장과 자본을 바탕으로 글로벌 쇼핑축제로 각인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쇼핑에는 군중 심리를 끌어올리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생색내기식 내용 없는 쇼핑행사보다 소비자가 즐길 수 있는 문화 형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맞불세일#광군제#블랙프라이데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