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 “윤종규 회장 보좌… ‘내분 트라우마’ 씻을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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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행장 분리 따른 내홍재연 차단… “회장과 안부딪히려 노력” 몸 낮춰
조직안정 통해 리딩뱅크 의지 다져

“3년 전 KB금융과 국민은행 직원들이 겪었던 트라우마를 이겨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허인 KB국민은행장 내정자(56)가 취임 이후 조직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과거 KB사태와 같은 내분이 일어나지 않도록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호흡을 잘 맞춰 나가겠다는 의미다.

허 내정자는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선 그간 힘들었던 KB를 여기까지 이끌어 온 윤 회장에게 감사드린다”며 “취임하면 윤 회장을 잘 보좌해 국민은행을 번듯한 은행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낙하산’ 회장과 행장의 알력 다툼으로 조직이 두 쪽으로 갈라졌던 ‘KB사태’를 의식한 발언이다. KB사태는 2014년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이다 둘 다 중징계를 받고 결국 물러난 사건이다. 서로 다른 줄을 타고 온 낙하산이 힘겨루기에 몰두한 사이 국민은행은 리딩뱅크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취임한 윤 회장은 내분의 불씨를 차단하기 위해 3년간 국민은행장을 겸임했다. 지난달 연임에 성공한 윤 회장이 은행장과 회장 직을 분리하겠다고 밝히자 금융권 안팎에서는 KB금융의 내홍이 재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내놨다.

허 내정자는 “3년 전 조직이 굉장히 큰 내상을 겪어 외부에서도 걱정하는 마음을 갖는 게 당연하다”며 “더더욱 (회장과) 안 부딪히기 위해 다른 은행보다 두 배 세 배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허 내정자는 “윤 회장이 무조건 옳지도 않고 회장과 내가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며 “지금까지 부행장으로 호흡을 잘 맞춰 왔으니 대화로 잘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경영 방침에 대해선 국내에서는 리딩뱅크의 입지를 다지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활발히 해 임기 내에 아시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은행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허 내정자는 “고객과 현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영업의 기본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직 시중은행장 중 유일한 1960년대생인 만큼 세련되고 젊은 KB를 만들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허 내정자는 “직원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무조건 열심히 하는 ‘워크 하드’보다는 효율적으로 일하는 ‘워크 스마트’ 근무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노사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진정성을 갖고 소통할 수 있도록 자주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허 내정자는 16일 행장후보추천위원회의 자격심사 및 심층면접을 받는다. 같은 날 은행 주주총회를 거치면 행장 직이 확정된다. 임기는 2년이며 연임에 성공한 윤 회장과 동일하게 11월 21일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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