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감동경영]4차 산업혁명을 위한 공공인프라의 축, 공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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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문재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감탄하는 것은 잘 발달된 인프라이다. 10년 넘게 ‘세계 최우수 공항’으로 선정된 인천공항,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든 KTX, 인구 1000만의 거대도시 서울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지하철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효율적인 공공 인프라는 반세기만에 우리 경제의 도약을 뒷받침한 든든한 힘이었다. 산업화 초기에 정부가 전기, 물, 교통, 통신 등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인프라 건설을 기획, 추진하였고 전담 공기업이 설립되어 사업운영을 맡았다. 이러한 토대 위에 민간 기업가들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이 꽃피울 수 있었다.

그러나 유형의 공공인프라가 지닌 세계적인 경쟁력과는 달리 무형의 공공인프라의 경우, 아직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일례로 작년 미국 코넬대학 등이 실시한 ‘세계혁신지수(Global Innovation Index)’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전반적 인프라분야에서는 우수한 점수를 받았으나 제도, 친환경에너지 등 지속가능성, 지식 파급효과, 상품·서비스의 창조성에서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바 있다.

이제 새로운 기술의 융합을 통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에 맞춰 지금까지 공공인프라의 중요한 축을 담당해온 공기업들도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그 방향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첫째, 민간과의 협업을 위한 열린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과거 공기업은 독점적 공급자로서 일방적, 획일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여 왔으나 이제는 고객 맞춤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공기업은 서비스를 자신들만 공급할 수 있다는 닫힌 사고에서 벗어나, 급속히 발전한 민간의 역량을 활용함으로써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이룰 수 있다. 민관협력사업(PPP) 등 민간과의 협업을 강화하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생산, 공급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한전 등 전력 공기업이 에너지저장장치와 같은 신기술을 활용하여 에너지 공급의 패러다임을 쌍방향으로 바꿔가는 것이 돋보인다.

둘째, 공공부문은 민간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도록 사회적 비용과 위험을 적극 부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정책금융기관들은 새로운 도전에 따른 위험을 적극적으로 떠안아 줌으로써 이를 장려하여야 한다. 민간 금융기관들은 수익 추구를 우선하는 속성상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영역에 대한 금융지원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정책금융기관들은 유망한 신산업임에도 초기의 높은 투자위험으로 인해 발생하는 민간금융의 부족분(funding gap)을 메워주는 ‘위험자본’의 역할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무역보험공사가 내수시장을 벗어나 신시장을 개척하려는 수출 초보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셋째, 혁신을 주도하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인재육성에 힘써야 한다. 미래사회는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과 탁월한 문제 해결능력을 보유한 능동형 인재를 요구한다. 뛰어난 인재를 선발하는 것 못지않게, 기존 직원들에게 평생학습 동기를 유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직원들을 위한 맞춤형 온·오프라인 직무교육을 확대하고, 신산업에 적합한 역량을 배양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

인프라(infra)는 ‘아래(under)’를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하였을 만큼 로마인들은 인프라를 중요하게 여겼다. 정성을 들여 구축한 도로와 같은 공공 인프라가 로마의 세계 제패에 크게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세계 각국이 4차 산업혁명에서 주도권 확보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이 시점에서 우리 공기업들도 민간의 신기술 투자를 아래에서 든든히 떠받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한국무역보험공사#공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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