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전문기자란 독자가 궁금해 할만한 곳을 찾아가 그 현장을 취재해 보도하는 게 임무다. 그리고 그걸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일간신문이 동아일보고 거기에 처음으로 발탁된 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다. 그 시작이 1995년 5월이니 벌써 22년이나 됐다. 그간 취재한 여행지는 무수하다. 몇 년 전 60여국 600여 도시까지는 셌지만 이후엔 세기를 포기했다. 얼추 70여국 700여 도시쯤 되지 않을 까 싶다.
해외여행을 1년에 한 번 한다고 치면 최소 60년은 걸릴 양이다. 그나마도 나라수로만 그렇다. 도시수로 따지면 그 두세 배는 족히 될 듯싶다. 미국만 봐도 그렇다. 나라는 하나지만 거기엔 작은 나라 격인 주가 50개나 있다. 그중 30개 이상을 가봤으니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겐 평생의 여행분량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못가본 데가 많다. 그중엔 의외의 도시도 있다. 베이징이다. 독자 편에서 취재할 곳을 고르다보니 늘 후순위로 밀려 그리 됐다.
지금 이 이야기는 자랑거리로 늘어놓은 게 아니다. 여행기회가 우리 인생에 그리 많지 않음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책 제목인데 여행도 딱 그렇다.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으니. 여행엔 이 세 개가 동시에 요구된다. 시간, 돈, 건강인데 하나만 부족해도 여행은 꿈에 그친다. 거기서도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건강. 걷기 힘들 정도라면 언감생심(焉敢生心·어찌 감히 그런 마음을 먹을 수 있겠는가)이다.
2016년에 열렸던 하나투어 여행박람회 모습. 하나투어 제공
올해도 ‘하나투어 여행박람회’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다. 기간은 9¤11일 사흘. 올핸 축구장 5개 면적(3만2157㎡)에 설치된 부스가 1000개를 넘겼다. 크게 ‘지역관’(7개)과 ‘테마관’(액티비티 중심)으로 나뉘는데 중심은 매년 하나씩 선정하는 ‘올해의 추천여행지’. 올해는 홋카이도다. 여름에 서늘해서 겨울엔 설경으로 연중 호평 받는 스테디셀러급 여행지다. 지역관은 한국·일본, 중국, 동남아, 남태평양, 미국·캐나다·중남미 유럽·중동·아프리카. 전문가인솔 테마여행이 포함된 골프&테마관, 호텔&항공(자유여행), 특별관도 운영한다.
하나투어박람회는 11회를 맞으며 단순한 여행상품전시판매장 기능을 넘어섰다. 그걸 하나투어 김진국 대표이사는 ‘일종의 문화축제로 진화했다’고 표현했다. 박람회 매출의 90%가 동시진행의 온라인박람회(홈페이지)에서 나왔음에도 초당 열 명씩 찾은 방문자(지난해 9만5000명)의 열정을 가름한 적확한 해석이다. 실제로 구매목적 방문자는 29%뿐. 절반이상(54%)이 정보를 구하러왔다. 하루에 지구촌 여행지를 두루 둘러 볼 수 있는 곳. 세상에 한국뿐이다. 그런 여행박람회는 세계도처에서 수시로 열려도 대상이 여행사업자여서다.
여행상품은 가구를 닮았다. 여러 개를 동시비교 후 결정해서다. 워낙에 차이가 미묘해서다. 하나투어 여행박람회는 그런 심리를 충족시키고자 기획한 여행축제다. 가구점이 한데 모여야 매출이 오르듯 여행상품도 속성이 같다. 그래서 지구촌을 커버하는 모든 여행상품을 한 자리에서 비교선택 할 기회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박람회를 선택한 것.
여행박람회 배치도
여행상품 선택 시 최우선은 가격도 시기도 아니다. 취향이다. 그래서 구성하는 공급자나 선택할 구매자에게 똑같이 난제다. 단순한 소비지출에 그치지 않고 금쪽같은 휴가(시간)에 평생소원(꿈)까지 쏟아 붓는 중요한 인생이벤트여서다. 올 박람회 주제가 그걸 대변한다. ‘나를 위한 단 하나의 여행’. 이건 ‘인생 뭐 있어? 원하면 즐기는 거야’로 대변되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트랜드의 충실한 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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