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모방도 기업의 전략… 그러나 효과는 일시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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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모방 중 어떤 것이 기업 경영에 더 효율적일까. 많은 기업인들이 산업 지형을 바꾸는 기술 혁신에 몰두하지만 실제 기업의 성장을 이끄는 것은 혁신보다는 모방인 경우가 많다. 모방이 혁신의 위험과 비용을 낮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모방 전략은 어떤 상황에서 효과적일까?

이를 밝히기 위해 이탈리아 베네치아대 연구팀은 영국 휴대전화 시장에 대한 실증 연구를 실시했다. 1997∼2008년 영국에서 출시된 566개의 모델과 48개의 제품 기술을 분석해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신규 모델을 출시하면서 선두 기업 제품의 기술적 특징들을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모방했는지를 살폈다. 또 이런 모방 활동이 제조사의 휴대전화 판매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모방 활동은 기업의 성과 개선에 효과적이었다. 선두 기업의 혁신을 경쟁사보다 더 빨리 모방할수록 판매 실적이 증가했다. 반면 선두 기업 제품의 기술적 특징들을 더 많이 모방하는 것은 기술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만 성과 향상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상 기업의 모방 활동은 경쟁사의 모방 활동을 촉발했다. 대상 기업이 선두 기업 제품을 더 많이 모방할수록 위협을 느낀 경쟁사들 역시 이에 대한 모방 범위를 확대시켰다. 그러나 대상 기업이 선두 기업의 제품을 경쟁사보다 더 빨리 모방하더라도 경쟁사의 모방 속도가 증가하지는 않았다. 모방의 속도를 높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역량과 자원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한 기술적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 대상 기업이 선두 기업 제품을 더 많이 모방하더라도 경쟁사는 모방 범위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기업의 모방 활동은 기업의 성과를 개선시키기는 하나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붉은 여왕 효과’라 부른다. 그렇다고 모든 모방 활동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선두 기업을 더 빨리 모방하는 능력은 기업 성과 개선에 확실히 도움이 되며 ‘붉은 여왕 효과’도 그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강신형 KAIST 경영공학 박사 davidkang@kaist.business.edu
#모방#혁신#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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