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소비 호전… 정부, 1년만에 “경기 회복 신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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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3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 유일호 부총리 “성장률 높아질것” 자신감
사드 보복-北 리스크-구조조정 등 국내외 위험요인 여전 낙관은 일러
기업들은 “반짝 호황 가능성” 신중

정부의 공식 경기 진단에 ‘긍정적 회복 신호’라는 말이 1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올해 들어 수출이 3개월 연속으로 두 자릿수 증가를 보이는 등 회복 조짐이 나타나면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금의 회복세가 반도체 호황 등 외부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은 데다 기업 구조조정, 북한 리스크 등 대내외 위험 요인이 워낙 엄중해 경기가 본격적으로 좋아지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 경기 회복세 제약→긍정적 회복 신호

기재부는 11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수출 증가세 지속, 경제 심리 개선 등 긍정적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긍정적 회복 신호’라는 문구가 그린북에 포함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이다. 매달 발간되는 그린북에는 정부의 공식 경기 진단이 담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정부는 경기 전망을 어둡게 봤다. 3월 그린북에서 정부는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 둔화가 이어지며 경기 회복세가 제약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출과 소비 등 주요 지표가 호전되면서 정부의 경기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했다. 지난달 수출은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489억 달러(약 55조746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13.7% 늘어난 규모다.

반도체 호재에 고무된 유 부총리는 이날 이례적으로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공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1분기(1∼3월) 경기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개선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10∼12월·0.5%)보다 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수출부문 체감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전망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업체 2200여 개를 대상으로 ‘2017년 2분기(4∼6월) 경기전망지수(BSI) 조사’를 실시한 결과 2분기 수출부문 경기전망은 103으로 전 분기(82)보다 21포인트 상승했다. 100을 넘어선 것은 2015년 2분기(106) 이후 2년 만이다. 2015년 1월부터 19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하다가 최근 5개월간 증가세가 이어져 수출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 기업들 “2분기는 1분기보다 안 좋을 것”

하지만 위험 요인들의 벽은 여전히 높다. 당장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경제 보복,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 등 통상 현안이 말끔히 해결되지 않았다. 북한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경우 외화자금 유출 등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전망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주환욱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3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었고 내수도 완전히 살아났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건 명확하지만 1, 2월 지표만 갖고 성장률 상향 조정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기업들도 현재의 경기 호전세가 ‘반짝 호황’일 수 있다며 의심을 거두지 않는 분위기다. 대한상의가 집계한 전국 BSI는 89로 나타났다. BSI가 100 이상이면 향후 경기가 지금보다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2분기 BSI는 1분기 68에 비해 21포인트 상승했지만 2014년 3분기(7∼9월) 103을 기록한 뒤 11개 분기 연속으로 기준치(10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 / 이샘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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