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中춘제 앞둔 전통시장 “대륙의 지갑 열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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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신기시장 “공항서 40분” 홍보… 떡메치기-투호 등 다양한 행사
내수 살릴 中관광객 방문 기대감… 외국인 발길잡기 마케팅 분주
정부도 해외홍보 등 총력지원

 “차례 준비하러 온 손님들에다 중국인 관광객들까지 오니까 하루 종일 정신이 없네요.”

 24일 오후, 인천 남구 신기시장에서 과일가게를 하는 김재영 씨(43)는 진열대 앞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설 대목이 실종됐다고 여기저기서 탄식이 들리는 요즘 신기시장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시장 한편에서 떡메치기와 투호 등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져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었다.

 시장이 활기를 띤 건 4년여 전 주차타워를 세우고 시장에 유리 지붕을 씌우는 등 깔끔하게 새 단장을 하고 나서부터다. 여기에 인천국제공항과 40분 거리로 가장 가까운 전통시장이란 점을 내세우면서 외국인 관광객까지 끌어들였다.

 김종린 신기시장 상인연합회장은 “외국인 환승객들이 가볍게 들를 수 있는 반나절 관광코스로 입소문을 탔고, 시장 전용 화폐인 엽전 모양의 ‘신기통보’를 마케팅으로 내세우면서 시장 매출이 최소 2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이 백화점, 대형마트보다 경쟁력이 있는 것은 단연 저렴한 가격이다. 올해 설을 앞두고 실시한 조사에서도 전통시장은 대형마트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설 제수용품 27개 품목의 판매 가격(4인 기준) 조사에서 전통시장은 평균 22만2383원으로 대형마트(29만3001원)보다 23%가량 저렴했다. 특히 채소류와 육류, 수산물은 대형마트보다 26∼35% 더 쌌다.

 전국 전통시장들은 설 연휴에 중국의 설인 춘제(春節) 연휴(27일∼2월 2일)까지 겹치자 대목을 잡기 위해 분주하다. 특히 내수 경기 침체로 올해 설 경기가 예년만 못한 상황이어서 상인들이 ‘대륙의 씀씀이’에 거는 기대는 더 크다.

 정부도 외국인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쇼핑 관광 축제인 ‘코리아그랜드세일(Korea Grand Sale)’을 20일 개막하고 총력전을 펴고 있다. 28일까지 이어지는 코리아그랜드세일에는 유통업체와 항공사, 호텔 등 352개사 2만9000개 점포가 참여했다. 주요 전통시장들도 이 기간에 통역요원들을 시장에 배치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편의를 돕는다.

 정부도 전통시장을 핵심 관광지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청은 외국인이 가볼 만한 특색 있는 전통시장 50곳을 선정했다. 이 내용을 영어와 중국어로 주요 해외 홍보 웹사이트에 올렸다. 중기청 관계자는 “기존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에 불만을 가진 외국인들이 한국의 모습을 가까이서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전통시장에 점차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춘제 연휴에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대비 34.5% 늘어난 14만 명 정도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기청 측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가는 관광지나 체류지 주변의 시장들을 연계해 지역의 대표 시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설#중국 춘제#전통시장#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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