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기관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피드백 정보 만들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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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관 경영평가 제도 개선 토론회

2017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 확정에 발맞춰 이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해 
토론했다. 왼쪽부터 신완선 성균관대 교수, 홍길표 백석대 교수, 곽채기 동국대 사회과학대학장 겸 행정대학원장, 박개성 
엘리오앤컴퍼니 대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017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 확정에 발맞춰 이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해 토론했다. 왼쪽부터 신완선 성균관대 교수, 홍길표 백석대 교수, 곽채기 동국대 사회과학대학장 겸 행정대학원장, 박개성 엘리오앤컴퍼니 대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산업 기반을 조성하고 다양한 사회 인프라를 관리하는 공기업·준정부기관 등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공기업·준정부기관 116곳이 매년 경영성과에 대해 엄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로 많은 공공기관이 매년 조금씩 바뀌는 평가 기준에 맞추기 위해 상당한 자원과 시간을 투자한다.

 지난해 9월부터 약 두 달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동국대 공공기관경영평가연구원이 공동으로 ‘공공기관 전략적 성과 관리’과정을 만들어 운영한 것도 이러한 공공기관의 고민을 덜어 주기 위해서였다. 당시 교수진으로 참여했던 4명의 전현직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원 등 최고 전문가들이 올해 3월부터 시작되는 ‘공공기관 전략적 리더십 및 CFO과정’ 출범을 앞두고 한자리에 모여 공기업 경쟁력 강화 및 평가 체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곽채기 동국대 사회과학대학장 겸 행정대학원장, 홍길표 백석대 경상학부 교수, 신완선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박개성 엘리오앤컴퍼니 대표는 1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 6층에서 2017년 공공기관경영평가의 변화, 현 평가 시스템의 문제점과 대안 등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진행했다. 고승연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공공기관 전략적 성과관리 과정 주임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된 주요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공공기관 경영 평가 제도는 긍정적인 효과도 많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어떻게 개선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까.

 곽채기 원장=지금의 평가 제도는 점수를 내서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고, 기관장의 해임을 건의하거나 경고하는 것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경영 평가 제도의 진정한 가치는 경영 진단 후 피드백 정보를 생성해서 기관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데 있다. 제도도 그런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홍길표 교수=‘1983년 체제 극복’이 필요하다. 현 공공기관 경영 평가 체제의 기원은 1983년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에 있다. 현존하는 공공기관 평가의 많은 관리 요소들이 이때 생겨났다. 1980년대는 민간 기업보다 정부의 능력이 더 좋았던 때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을 통제하고 평가하고 이끌어 나가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이제 60조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공기업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부 관료들이 계속 ‘통제’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건 문제가 있다. 근본적인 체제 변화가 1, 2년 안에 있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과거에 잘 통했던 관행의 연장선상에서 미래 계획을 짜는 방식으로는 대처가 불가능하다.

 ―지난해 12월 27일 공공기관 평가를 총괄하고 기획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2017년 공공기관 경영 평가 편람을 확정했다. 내용을 보니 공공성 지표를 강화하는 등 큰 변화가 있었는데….

 곽=바뀐 편람을 보고 공공기관들이 올해 평가를 준비해야 하는데 일단 공공성 지표가 대폭 강화됐다. 그동안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성과’와 ‘효율성’만을 강조했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이런 지적을 수용한 셈이다. 다만 일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준정부기관과 공기업은 사실 그 존재 자체가 공공성을 담보로 한다. 기관의 본질적인 미션과는 관계없는 ‘사회적 책임 경영’을 지나치게 요구하면 공공기관이 지향해야 할 본질적인 목적이 뒷전으로 밀릴 위험이 있다. 또 공기업의 경우 여전히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는데 여기에 ‘공공성’ 잣대를 일괄적으로 들이대면 공기업이 지향해야 할 성과 목표를 등한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홍=‘공공성이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다시 해 봤다. 민간 기업은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따라서 민간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경제적 목표와 충돌할 수 있다. 반면 공공기관은 본원적 목표가 공적인 사명을 달성하는 것이다. 자기 목표를 잘 달성하는 것 자체가 공공성이자 사회적 책임이다. 안전이나 환경 문제를 잘 관리하는지 평가하겠다고 하는데, 취지는 아주 좋지만 등급을 나눠 평가해야 할 부분이 아니라 ‘법을 잘 지켰는지’를 위주로 판단해 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신완선 교수=다른 분들의 의견에 많은 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개념을 더 확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한국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기부 활동으로만 좁혀서 생각한다. 기업 활동 전반의 신뢰를 구축하는 모든 활동을 사회적 책임으로 본다면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부족하다. 국가가 장려할 수 있는 방식으로, 즉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움직여서 선도하게 만드는 건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박개성 대표=좀 더 큰 ‘방향성’ 측면에서 쓴소리를 하고 싶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대한 정부의 관리 철학 등을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공기업은 수준이 대단히 높아졌다. 내부적인 역량과 시스템, 직원 수준이 계속 높아지는데 외부적인 통제 강도 역시 높아지는 것이 맞는 방향인지 의문이 든다. 이번에 정부에서 평가하겠다고 강조한 내용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경력 단절 여성을 고용하는 것 등이 있는데 이건 각 기관이나 조직의 특성에 따라 자율성과 유연성을 발휘해야 하는 부분이지 획일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준정부기관과 공기업 등에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곽=공공기관의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과거 공공기관은 그 기관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계속 성장하는 상황에서 경영을 해 왔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이제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혁신하거나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기관도 많아질 것이다. 과거에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기관들의 생존을 담보했지만 이제는 기관들 스스로 생존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때 제일 중요한 게 재무관리다. 재무적으로 생존 기반을 확보해 전략적 투자를 하지 않으면 공공기관이나 공기업도 문을 닫을 수 있다. 개별 공공기관이 재무 역량과 재무관리 역량을 확충하는 게 급선무다.

 박=리더십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현재 사람을 고용하고 평가하는 게 시스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장들이 큰 과업을 완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하는 방식이나 전반적인 기업문화처럼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바꿔 갈 필요가 있다. 리더십이라고 해서 엄청난 걸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중요한 것들을 찾아내 실행할 필요가 있다.

정리=장윤정 yunjung@donga.com·고승연 기자
#공기관#경영평가#제도 개선#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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