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금 지나치게 많다”…애플 대신 삼성 손 들어준 美대법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7일 11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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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애플의 디자인 특허 관련 최종심에서 삼성전자가 승리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6일(현지 시간) 두 회사 간 디자인특허 배상금 관련 상고심 판결에서 대법관 8명 전원 일치로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120년 만에 대법원까지 올라간 디자인 특허 관련 판결이었다는 점과, 상대적으로 업계의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에서 앞으로 전자업계 내 특허 이슈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평을 듣는다. 미국 대법원이 상고 허가 신청을 인용하는 것은 연간 1% 미만의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상고심의 핵심은 삼성전자가 애플 디자인 특허 3건을 침해해 부과 받은 배상금 3억9900만 달러(약 4660억 원)가 타당한지를 가리는 것이었다.

삼성전자는 2011년 4월 시작된 소송과 관련한 이전 판결에서 △검은 사각형에 둥근 모서리를 규정한 특허(D677) △액정화면에 베젤(스마트폰 테두리)을 덧댄 특허(D087) △계산기처럼 격자 형태로 애플리케이션을 배열한 특허(D305) 등을 애플 특허 3건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받고 이 같은 배상금을 부과 받았다. 이는 2010년 출시된 스마트폰 '갤럭시S'의 전체 이익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날 연방대법원은 "배상액이 지나치게 많아 수용할 수 없다"며 상고심을 제기한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주며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삼성전자가 주장하는 핵심 쟁점은 '제조물'(Article of manufacture)의 범위였다. '제조물의 일부 구성 요소에서 특허 침해가 발생하더라도 제조물 전체의 가치나 거기서 얻은 이익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산정하도록 규정'한 현행 미국 특허법(289조)에 따른 배상액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20만 개 이상의 특허기술이 어우러진 복합기술제품인데, 디자인특허 3건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판매 이익금 모두를 배상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앞으로 하급심에서 삼성전자가 침해한 배상금을 다시 계산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삼성전자가 최종 부담할 배상액이 감소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전자업계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두 정보기술(IT) 업계 거물간의 단순 배상액 조정 문제를 떠나, 앞으로 업계에 더 다양한 경쟁을 촉진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수천 개 부품이 들어가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 등 전자제품 특성상, 단지 한두 개 특허, 특히 주관적이고 모호한 디자인 분야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전체 이익을 환수하는 건 과하다는 업계 여론에 법원이 힘을 실어준 셈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외에 구글 페이스북 등 IT 기업들은 그 동안 "항소법원 판결이 그대로 유지되면 기술과 부품 발전에 매년 수십 억 달러를 투자하는 기업들의 혁신 경쟁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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