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이사’ 이재용의 승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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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美전장업체 하만 9조원 인수

삼성전자가 14일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금액인 80억 달러(약 9조3600억 원)를 들여 미국 전장(電裝) 전문업체인 하만을 전격 인수하기로 한 데에는 지난달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올라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신수종 사업의 하나로 전장부품 사업팀을 신설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전장사업을 키워오고 있다. 올해 7월에는 세계 1위 전기자동차업체인 중국 비야디(比亞迪·BYD)에 지분 투자를 했다. 특히 8월부터 진행해 온 이탈리아 자동차업체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의 자동차부품 사업부문 인수를 위한 협상이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당시 논의됐던 인수가격(3조4000억 원)의 3배에 가까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 전장 사업 분야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

 1956년 설립된 하만은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와 오디오 분야 전문기업이다. 커넥티드 카는 무선통신을 통해 주위 다른 차량이나 교통시설과 데이터, 운행정보를 공유하며 주행하는 차를 말한다. 첨단 미래차 기술 중 핵심으로 꼽힌다.

 하만은 커넥티드 카 전용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보안, OTA(Over The Air·무선통신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솔루션 등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4%로 세계 1위다. 전체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도 각각 10%의 점유율로 세계 2위에 올라 있다. 특히 커넥티드 카와 카오디오 사업은 연매출의 6배에 이르는 240억 달러 규모의 수주잔액을 보유하고 있어 잠재적 경쟁력도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자동차 전장업계에서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에 해당하는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커넥티드 카용 전장시장에서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커넥티드카를 비롯한 카오디오와 서비스 등 전장사업 영역 시장은 매년 9%씩 성장해 지난해 450억 달러에서 2025년 약 100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000억 달러면 전체 글로벌 TV 시장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만은 △JBL △하만카돈 △마크레빈슨 △AKG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도 보유하고 있는 업체다. 카 오디오 분야에서는 뱅앤올룹슨(B&O), 바우어스앤드윌킨스(B&W)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며 세계 시장 점유율 4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을 중심으로 전장사업을 준비해왔지만 이번에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등의 글로벌 선두 기업인 하만을 인수함에 따라 전장사업 분야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하만 주주의 승인 절차를 거쳐 내년 3분기(7∼9월)까지는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조기에 승인될 경우 일정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


○ 이 부회장 합류 이후 바뀐 이사회 풍경

 이날 오전 열린 삼성전자 이사회에서는 이 밖에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한 논의와 보고도 함께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전자에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을 요구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측 제안에 대해서도 이달에 입장을 내놓기로 한 상황이다.

 통상 국내 이사회는 보고 직후 결의하는 형태로 순서가 이어져 이사들이 결국 ‘거수기’ 역할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 이 때문에 최근 이사회 중심 경영을 추진 중인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진에 충분한 보고와 브리핑을 거친 뒤 결의까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기로 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하는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이후 바뀐 이사회 모습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엘리엇이 요구한 배당 확대에 대해 반대하는 해외 연기금 등 투자기관도 적지 않다”며 “사내외 이사들이 충분한 검토와 고민을 거쳐 의견을 표출할 수 있도록 오늘 배당 규모 등 주주환원 대책 초안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라고 전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서동일·박성진 기자
#전장#하만#오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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