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임구단 SKT T1 ‘롤드컵’ 3회 우승 비결은 빅데이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13년간 구단 운영 노하우 축적… 선수 훈련전적-장단점 분석
주전 경쟁… 과감한 투자도 한몫
구단측 “한해 250억 홍보효과”

10월 29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2016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
 이날 SK텔레콤 T1과 삼성 갤럭시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약 1만5000명의 관중이 몰렸다. 라이엇게임즈 제공
10월 29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2016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 이날 SK텔레콤 T1과 삼성 갤럭시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약 1만5000명의 관중이 몰렸다. 라이엇게임즈 제공
  ‘SK텔레콤 T1의 프로게이머 페이커(본명 이상혁·20)는 e스포츠계의 마이클 조던이다.’

 프로게임구단 SK텔레콤 T1이 지난달 29일 ‘2016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사상 처음 3회 우승을 달성하자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2일 T1을 1990년대 농구계를 이끈 미국프로농구 시카고 불스와 비교하며 이렇게 썼다. T1 구단의 페이커는 입단 이래 2013년 6월 열린 대회부터 이번 롤드컵까지 총 31개 대회에서 89만6597달러(약 10억1853만 원)를 벌어들였다.

 2011년부터 시작된 롤드컵에서 3회나 SK텔레콤이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계속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의 광고 홍보 가치를 알아본 SK텔레콤의 과감한 투자 때문이다.

 김선중 SK텔레콤 기업문화부문 스포츠단장은 8일 “데이터에 기반을 둔 결정, 리스크 관리, 과감한 투자 등 삼박자의 합이 맞았다”며 “프로게임구단 운영으로 올해에만 약 250억 원의 광고 홍보 효과를 봤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2004년부터 프로게임구단을 운영하면서 쌓은 노하우로 ‘팀 퍼포먼스 매니지먼트 시스템(TPMS)’을 개발했다. TPMS는 선수들이 정규 훈련시간(8시간)에 기록한 전적과 자율 훈련시간에 행한 활동을 기록하는 빅데이터 프로그램이다. 빅데이터를 토대로 6명의 선수 중 실전에 투입될 5명이 가려지기 때문에 선수들은 주전 자리를 꿰차기 위해 연습을 거듭했다.

 리스크 관리도 주목할 부분이다. SK텔레콤 T1은 2013년, 2015년에 각각 우승을 차지했지만 위기도 함께 찾아왔다. 우승 주역 2, 3명이 해외로 이적하거나 은퇴한 것. 전체 6명이 한 구단인 만큼 2, 3명의 이탈은 전력의 50%가 빠지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다음 대회에서는 예선 통과도 기약하기 어렵다. 이에 지난해부터 타 구단과 달리 스카우트를 전담하는 코칭스태프를 별도로 채용해 공백을 빠르게 메웠다.

 SK텔레콤은 아울러 T1 선수의 연봉을 타 구단 대비 약 2.5배로 높게 책정했다. SK그룹 산하 야구단, 농구단 등 인기 스포츠단과 마찬가지로 프로게임구단에도 전폭적인 지원을 한 것이다. SK텔레콤은 e스포츠에 연간 20억∼30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SK텔레콤 T1은 선수들의 정신, 신체 건강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국내 유명 병원 재활실장이 두 달에 한 번 선수들의 신체를 교정해 준다. 프로게이머들이 손가락 손목 허리 다리 등의 부상이 잦기 때문이다.

 페이커는 중고교 내신 성적이 상위 1%였던 우등생. 다른 선수들도 상위권 성적을 기록한 모범생들이었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프로게이머들은 공부 대신 게임이라는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음을 보증받고 싶어 한다.

 이에 SK텔레콤 기업문화부문 인재개발원이 나서 9월부터 생애 관리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테니스 국가대표 출신 박성희 퍼포먼스 심리연구소장의 진행하에 자기 인생 돌아보기, 인생 목표 수립하기 등의 수업을 통해 프로게이머 이후 ‘PC방 사장’이 아닌 ‘정보기술(IT) 전문가’로서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멘토링하고 있다.

 김 단장은 SK텔레콤이 프로게임구단을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플랫폼 기업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농후한 콘텐츠인 게임 산업에 지원함으로써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생태계의 선순환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게임 시장 조사기관 뉴주에 따르면 e스포츠 시장 규모는 2014년 1억9400만 달러, 2015년 3억2500만 달러, 2016년 4억6300만 달러(예상) 등으로 매년 성장하고 있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skt t1#롤드컵#빅데이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