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 50대 “제2의 인생 도전할 자신감 얻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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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리스타트 잡페어]140개 부스서 구직-구인 열기

 
광화문광장서 열리는 일자리 축제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막한 ‘2016 리스타트 잡페어―일하니 
행복해요’ 행사장이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들과 기업 관계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20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는 시간선택제를 포함한 
다양한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고 구직자와 인재를 찾는 기업들을 이어주기 위해 마련됐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광화문광장서 열리는 일자리 축제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막한 ‘2016 리스타트 잡페어―일하니 행복해요’ 행사장이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들과 기업 관계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20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는 시간선택제를 포함한 다양한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고 구직자와 인재를 찾는 기업들을 이어주기 위해 마련됐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서울 노원구에 사는 남육원 씨(59)는 31년을 일한 대학병원에서 지난해 정년퇴임했다. 의학사진실에서 포스터를 제작하고 논문 사진도 다듬는 특수 전문직이었다. 퇴직하고 6개월간은 신났다. 친구들도 자주 만나고, 불자로서 전국의 사찰이란 사찰은 다 다녔다.

 그는 “일할 때에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오전 6시 반이면 일어났는데 퇴직하니 점점 늦게 일어나고 나태해졌다”며 “그러다 보니 다시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고 말했다.

 남 씨는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동아일보, 채널A,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2016 리스타트 잡페어―일하니 행복해요’ 행사장을 찾았다. 그는 “포토샵이나 디자인 도안 만들기에 능하다”며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스타트 잡페어 첫날, 남 씨처럼 새로운 인생을 찾고 싶은 열망이 강한 2만여 명의 구직자가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육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손을 놓은 여성이나 퇴직했지만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은 중장년층은 140여 개 부스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열심히 채용정보를 듣고 이력서를 냈다.
○ 이력서 미리 준비, “열정 뜨겁다”

 
주부 김희현 씨(37)는 우리은행 상담 부스를 찾아 미리 준비해온 이력서를 내밀었다. 아이를 낳고 4년 정도 쉬다가 다시 일자리를 찾고 싶어 이날 행사에 왔다. 김 씨는 “리스타트 잡페어가 열린다는 기사를 읽고 경기 의정부에서 왔다”며 “확실히 현장에서 채용 담당자에게 직접 질문을 하고 답을 들으니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보다 훨씬 좋다”고 말했다.

 리스타트 잡페어가 4년째 계속되고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미리 이력서를 준비해오거나 원하는 직군을 찾아 온 구직자가 많았다. 경기 부천시에서 온 주부 김모 씨(50)는 “형편이 어려워져 일자리를 찾고 있다”며 “10년 이상 일은 안 했지만 은행에 업무 볼 일이 많아서 금융권에 지원해 보려고 왔다”고 말했다.

 아기를 안고 현장을 찾은 ‘엄마’ 구직자들은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육아와 병행하려면 어쩔 수 없이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고민 때문이었다. 주부 이정실 씨(33)는 “가장 중요한 게 일하는 시간이다. 돈이야 많이 주면 좋은데 아기의 어린이집 스케줄과 맞춰야 하기 때문”이라며 “친구 중에 집에서 육아만 전담하다 우울증에 걸린 이도 있다. 남의 일 같지 않아서 꼭 일자리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 재취업 ‘선배’들의 현장 상담 인기

 재취업 희망자들은 자신감을 되찾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중견기업 대표이사로 근무하다 2년 전 퇴직한 허모 씨(60)는 아내와 함께 리스타트 잡페어를 찾았다. 허 씨는 “오늘 아침 동아일보를 보고 아내와 함께 나왔다”며 “대표까지 지냈는데 눈높이를 낮추는 게 힘들었고, 쉬다 보니 자신감도 떨어졌다. 그렇지만 경력을 살려 즐길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각 부스에서는 재취업 ‘선배’들이 나와 고민이 많은 구직자에게 “도전해보라”며 힘을 실어줬다. 공간 활용 및 수납정리 컨설팅업체 ‘덤인’의 노채림 씨(54)는 “나이가 많아서 일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실제로 일을 시작해 보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며 “교육과정이 따로 있으니 두려움을 접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 상담 부스를 찾은 구직자 정다윤 씨(41·여)가 “그간 아이를 키우느라 일을 쉬었는데 늦은 감이 있지만 다시 일해 보고 싶다”고 하자 ‘선배’ 재취업자인 이민경 계장은 “나도 지난해 시간선택제로 입사했는데 같이 들어온 사람들이 대부분 30, 40대다. 전혀 늦지 않았다”며 웃었다. 정 씨는 “상담을 통해 많은 정보와 조언을 얻어 좋았다”고 말했다.
○ 기업들도 채용에 적극적

 리스타트 잡페어에 참여한 100여 개 기업과 정부기관들은 채용정보를 알리는 데 적극적이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시간선택제와 전일제 근무를 자신의 생애주기에 맞춰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타벅스 측은 “80여 명의 시간선택제 근무자 중 10%인 8명이 최근 전일제로 전환했다”며 “다양한 일자리 형태가 있으니 열정이 있으면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공기관들도 적극적이었다. 여성가족부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공익법인인 서울과학기술여성새로일하기센터 최문용 팀장은 “제약회사에서 실제 연구에 쓰이는 기기 사용법 등을 교육하는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운영 중”이라며 “올해 수료생 24명 중 19명이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에 취업했다. 지원자의 열정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에 이어 중장년채용관에 부스를 설치한 브레인뱅크는 헤드헌터 채용에 나섰다. 황보준 대표컨설턴트는 “지난해 행사에서 30여 명을 상담했고 그중 실제로 채용된 두 분이 지금도 매우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만족도가 높은 행사”라고 덧붙였다.

김현수 kimhs@donga.com·김성모·최고야 기자
#재취업#리스타트#잡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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