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R&D예산 유용한 과학자는 연구자격 박탈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4일 00시 00분


코멘트
 2015∼2016년 미래창조과학부의 기초원천 연구개발(R&D) 사업 예산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일부 대학과 민간기업 연구원들이 개인 일정을 덧붙이거나 출장 목적과 무관한 곳을 방문하는 유람성 여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도 ‘학회에 참석해 공부’ 같은 한 줄짜리가 고작이었다.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이 해외출장 보고서 658건을 분석한 결과 54건이 이런 식이었다. 국민 세금이 이렇게 허투루 쓰이는데도 평가 주체인 한국연구재단은 한 건도 적발하지 못했다.

 지난달에는 가지도 않은 연구원들의 지방출장을 허위로 꾸며 R&D 연구비 2억여 원을 가로챈 대학교수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5월에는 국토교통과학진흥원의 한 간부가 253억 원 규모의 노면전차 실용화 연구개발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자신의 대학 동문이 대표로 있던 회사를 공동연구기관으로 끼워 넣었다가 감사에서 들통났다. 믿기지 않지만 이처럼 R&D 예산이 ‘보는 사람이 임자’ 식으로 쓰이는 일이 예사로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의 국가 총 R&D 규모는 2014년 63조7341억 원으로 세계 6위,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4.3%로 세계 1위다. 하지만 R&D 자금이 곳곳에서 새다 보니 정작 지원받아야 할 곳은 돈 가뭄에 시달린다. 지난달 국내 유명 과학자 40명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연구개발비 투자를 확대하는데도 기초연구는 점점 위축되는 위기 상황”이라며 R&D 예산 수립 및 집행을 근본적으로 바꿔 달라는 청원서를 국회에 냈다. 청원서에 함께 이름을 올린 과학자가 494명, 온라인으로 참여한 국내외 과학자가 1498명이나 될 정도로 호응이 컸다.

 해마다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면 왜 한국은 수상자를 내지 못하느냐는 한탄이 그치지 않는다. GDP 대비 세계 1위의 R&D 예산을 퍼붓고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도 이처럼 연구비를 눈먼 돈으로 여기는 과학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정부 탓이 크다. R&D 예산을 유용한 과학자들은 다시는 연구비를 받을 수 없도록 ‘퇴출’시켜야 우수한 연구자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r&d#미래창조과학부#기초원천 연구개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