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철강업계, 이란시장서 활로 찾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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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사무소 내고 진출 본격화… 동부제철은 당진 전기로 매각 협상
인도 다음가는 유망시장 공략… 일각 “높은 물류비 등 위험도 커”

 이란이 구조조정 중인 철강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철강업계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는 데다 동부제철 전기로 매각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도 지난달 이란 사무소를 새로 여는 등 국내 철강업계의 중동 진출도 본격화되고 있다.

 포스코는 12일 “지난달 말 이란 테헤란에 현지 사무소를 새로 설립했다”고 밝혔다. 이는 포스코의 7번째 해외사무소로, 철강업을 집중 육성하는 이란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현지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포석이다. 앞서 포스코는 5월 이란광공업개발공사(IMIDRO) 및 이란 국영철강사인 모바라케스틸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구조조정에 들어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포스코가 이란 진출을 본격화한 것은 현지 철강업의 성장세 때문이다. 이란 정부는 2004년에 ‘비전 2025’라는 장기계획을 수립하면서 철강분야에서 “2025년까지 조강(粗鋼·쇳물) 생산 능력 5500만 t을 확보하고 이 중 1000만∼2000만 t은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목표가 이뤄진다면 현재 기준으로 독일을 넘어서서 세계 7위가 되는데, 6위가 바로 한국이다. 2004년 당시 이란의 조강 생산량이 868만 t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무리 20년간의 장기목표라고 해도 무리한 것으로 비쳤다.

 하지만 그간 이란의 조강생산량은 실제로 급성장해 2014년에는 거의 2배인 1633만 t까지 증가했다. 2008년부터 시작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세인 셈이다. 올해 경제제재마저 풀리면서 이란 경제와 철강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고, 이란 정부는 목표 달성을 위해 외국자본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이에 포스코가 뛰어든 것이다. 포스코뿐만 아니라 한국철강협회도 올해 3월 이란강관협회와 MOU를 체결했고, 세아특수강도 이란 자동차산업에 성장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선재(線材)공장 투자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대이란 수출도 2014년 56만 t에서 지난해 75만 t으로 급증했다.

 국내 철강구조조정의 최대 현안인 동부제철 전기로 매각도 이란을 통해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동부제철은 이란 철강사 2곳과 2014년 가동이 중단된 당진 전기로 매각 협상을 하고 있다. 가격은 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3000억 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동부제철 측은 “올해 안에 매각을 마치는 것을 큰 방향으로 해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계획대로라면 다음 달 중으로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동부제철은 채권단이 추진한 기업인수가 올해 5월 무산된 바 있어 전기로 매각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란 철강업에 대한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임정성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이란이 인도 다음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한 시장이긴 하지만 정부가 세운 목표치는 객관적으로 보면 달성이 힘든 수준”이라며 “경제제재 해제 후에도 경기침체가 계속돼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 수석연구원은 “물과 가스, 전기 등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철도·항만 등 물류시설이 미비해 물류비 증가 등의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철강#이란#시장#포스코#동부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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