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엘리엇의 삼성分社 요구, 숨겨진 발톱 주시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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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며 삼성그룹을 공격했던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이번에는 삼성전자에 분사(分社)와 특별배당을 요구했다. 5일(현지 시간) ‘삼성전자 가치 제고 프로그램’ 제안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제품 생산 위주의 사업회사로 나누고, 지주회사를 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삼성물산과 합병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라는 주장이다. 삼성전자 지분 0.62%를 보유한 엘리엇이 30조 원 특별배당과 3인 이상 새로운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하는 등 27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공격적 경영개입에 나선 것이다.

 주주 환원 가치가 확대될 것이라는 ‘엘리엇 효과’에 삼성전자는 6일 전(前) 거래일보다 7만2000원(4.45%) 오른 169만1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엘리엇의 제안과 비슷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갖고 있던 삼성전자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작년만 해도 적이었던 엘리엇이 가려운 곳을 긁어준 덕분에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이 빨라질 수도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기업인데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엘리엇의 찬사에 현혹되는 것은 위험하다. 이 펀드는 대머리독수리처럼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이익을 채가는 벌처펀드다.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엘리엇이 갑자기 삼성 옹호세력으로 돌아섰을 리도 없다. 이번 제안도 결국 주가를 높여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엘리엇이 내일 당장 주가가 뛴 주식을 팔아 차익을 챙겨도 문제 삼기 어렵다. 작년 배당이 3조 원인 삼성전자에 무려 30조 원의 특별배당을 요구한 것이 엘리엇의 본심일 것이다.

 지금까지 삼성은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일찍 공식화할 경우 관련 주가가 올라 인수합병 비용이 과도하게 늘어날 수 있는 점을 우려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분할해 통합지주회사 체제로 가는 큰 방향이 사실상 정해진 상태에서 “정해진 바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은 기업 신뢰에 부정적일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27일 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 개편계획을 공식화해 경영구조와 관련한 소모적 논쟁을 불식하는 것도 방법이다. 작년 삼성의 ‘애국심 마케팅’에 온 국민이 엘리엇의 공격으로부터 ‘백기사’가 되어준 것을 기억하고 2차 공격의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
#삼성물산#제일모직#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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