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격호 사무처리 능력 부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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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제약”… 한정 후견인 지정, 사단법인 ‘선’이 대신 의사결정
롯데 “경영권 논란 해소 기대”, 신동주 입지 좁아질듯… “즉각 항고”

법원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사진)의 한정 후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차남 신동빈 회장의 롯데그룹은 환영했지만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은 즉각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의 지지를 기반으로 경영권을 주장해 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는 신 총괄회장의 여동생 정숙 씨가 청구한 성년 후견 개시 심판 사건에 대해 “질병, 노령 등의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해 신 총괄회장에 대한 한정 후견을 개시한다”고 31일 밝혔다.

성년 후견은 당사자의 의사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돼 있다고 판단될 때 개시되지만 한정 후견은 의사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재산권 행사 등 주로 경제 활동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결정된다.

법원은 신 총괄회장이 여러 차례 병원 의료진에 기억력 장애와 장소 등에 관한 지남력(시간적 공간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인식하는 기능) 장애를 호소한 점, 2010년경부터 치매 관련 치료약을 지속적으로 처방받아 복용한 점 등을 후견 개시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가족들 간의 경영권 분쟁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제3자가 필요하다고 보고 사단법인 선을 후견인으로 지정했다.

선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원이 공익활동을 위해 만든 사단법인이다. 선의 최현오 변호사는 “6명의 변호사가 법원 결정문에 제시된 범위 내에서 신 총괄회장의 한정 후견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롯데그룹은 “경영권과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을 해소하고, 창업주의 건강을 잘 관리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롯데 측은 향후 롯데홀딩스(한일 롯데의 지주회사) 이사회 결의 무효 소송 등에서 유리한 판결을 얻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이 신뢰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것.

반면 신 전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SDJ코퍼레이션 측은 “경영권 관련 소송에 이번 판결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건 롯데 측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대법원까지 갈 수 있는 문제라 쉽게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현수 kimhs@donga.com·권오혁·최고야 기자
#신격호#한전후견#롯데경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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