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단양군 가곡면 한드미마을을 찾은 학생들이 뗏목에 올라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제공
충북 단양군 가곡면 한드미마을은 소백산 골짜기의 작은 동네다. 느티나무 숲과 작은 배를 띄울 수 있는 개천, 그리고 동굴까지 다양한 관광자원을 갖췄다. 하지만 과거에는 그저 소백산을 오르는 등산객만 찾던 마을이었다. 다른 지역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기 시작한 것은 2003년경부터다. 정부가 추진한 ‘녹색농촌체험마을’ 사업의 대상 마을로 선정돼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여름에는 뗏목을 띄워 물놀이를 할 수 있게 했다. 6월 감자, 7∼8월 옥수수, 10월 고구마 등 시기별로 다른 작물을 수확하는 건 아이들에겐 흥미로운 경험이다. 목공예품 만들기, 미니 베틀짜기 등 1년 내내 체험거리가 가득하다. 2006년부터는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만들어 도시 학생들이 한드미마을에서 숙식하며 인근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했다.
지난해 이곳을 찾은 관광객은 약 3만7000명. 하루에 100명꼴로 마을을 방문했다. 2005년 약 7000명이던 방문객은 10년 새 5배 이상으로 늘었다. 방문객 중에는 국내 관광객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있다. 유럽,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관광과 봉사활동을 위해 찾아온 외국인들이 짧게는 3∼4일, 길게는 6개월간 이곳에 머문다. ○ 확대되는 농촌체험휴양마을
한드미마을은 농촌체험휴양마을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는 873개의 농촌체험휴양마을이 있다. 농식품부는 이들 마을을 경관·서비스·숙박·체험 등 4개 분야로 나눠 평가해 1∼4등급을 매긴다. 한드미마을처럼 4개 분야에서 모두 2등급 이상을 받은 우수마을이 약 150개에 이른다.
농촌체험휴양마을 개발은 현 정부의 핵심 농업정책 및 관광정책이 빚은 성과다. 미래농업 발전을 위한 핵심 정책 중 하나는 농업을 1·2·3차 산업이 결합된 6차산업화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농촌을 찾아 여러 체험을 하고, 이에 따라 숙박업 외식업 등 서비스업이 발달하는 것은 6차산업의 전형적 형태다. 농촌체험마을 개발은 정부와 재계가 국내 경기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국내로 휴가 가기’와도 잘 어울린다.
올해 상반기 농촌체험휴양마을을 비롯해 농촌 관광지를 찾은 내국인은 403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4% 증가했다. 외국인도 7만6000명이 농촌을 찾았다. 지난해보다 85% 늘어난 수치다. 농식품부는 외국인을 한국 농촌으로 끌어들이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6월부터는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서 농촌체험휴양마을까지 오가는 셔틀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외국인들이 마을을 찾아 편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통역사도 배치했다.
정부는 관광업계와 협력해 국가별로 각기 다른 유치 전략을 구사한다. 유럽 등에서 온 서양인에게는 한국 농촌을 이색적 자연 공간으로, 동남아인에게는 자국과는 다른 깨끗한 시골로, 그리고 중국인에게는 ‘힐링의 공간’으로 인식되도록 홍보하고 있다. ○ 농촌 환경 개선 및 경기 활성화
전남 담양군 대덕면 달빛무월마을에서 수확 체험에 나선 아이들이 밭작물을 직접 캐보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제공농촌체험휴양마을 육성의 또 다른 효과는 마을이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전남 담양군 대덕면 달빛무월마을은 2011년 체험마을로 지정됐다. 그에 앞서 3년간 마을 주민과 지자체는 낙후된 마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 김유경 무월마을 사무장은 “2008년 전에는 가로등도 없고 도로도 비포장이라 그야말로 시골이었다”며 “마을을 가꾸기 위해 노력한 결과 체험마을로 지정됐고, 이후 관광객이 늘며 여건은 더욱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2013년 8600명이던 마을 방문객은 지난해 1만4300명으로 증가했다. 하루 2번 다니던 버스는 현재 6번으로 늘었다. 2008년 이전 30가구였던 가구 수도 현재 49가구로 늘었다.
마을 주민들은 “예전에는 도시로 나간 자녀가 고향을 찾는 것도 꺼려 사람들의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적었다”고 말한다. 이제는 외지인이 일부러 찾아오고 이를 통해 지역 경기가 활성화되니 떠났던 지역민이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정부는 지역민들이 협업해 6차산업을 이루고 그 경제적 효과를 나눌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정부는 농촌체험 여행이 인지도나 인프라 면에서 상당 수준에 오른 것으로 평가한다. 올해는 농촌관광 활성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다. 이달 12일∼다음 달 15일까지 농촌관광 안전 및 위생관리 실태를 대대적으로 점검한다. 또한 이달 22일까지 ‘함께 가꾸는 농촌운동’을 벌이며 마을 환경을 정화하고 안전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관광객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정삼 농식품부 농촌산업과장은 “지난해 농촌체험휴양마을에서 소비된 금액이 1000억 원을 넘어서며 농촌체험 관광이 산업화 단계에 들어섰다”며 “많은 사람들이 휴가철에 농촌을 찾아 휴식과 놀이를 함께 즐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