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회장 “정부가 칼자루 쥔 구조조정, 조선-해운이 마지막 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무협 70돌 맞는 김인호 회장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1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 내내 ‘경쟁력’을 강조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1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 내내 ‘경쟁력’을 강조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시장에 맡길 건 맡겨야 하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산업이든 노동이든 불안해서 못 맡겼어요. 그래서 문제가 꼬여간 겁니다. 지금 조선·해운업은 정부가 칼을 빼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합니다.”

12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트레이드타워에서 만난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74)의 말에는 날이 서 있었다. 15일 열리는 한국무역협회 70주년 행사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였지만 협회 얘기보다는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먼저였다.

김 회장은 ‘그로기 상태’에 몰린 조선·해운업에 대해 당장은 정부가 직접 나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면서도 이런 일이 절대 반복돼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나 국책은행이 위기에 빠진 기업들의 생명 연장에 세금을 쏟아 붓다 보면 악순환만 반복된다는 주장이었다. 김 회장은 “조선·해운업계가 이 지경까지 오도록 만든 것도 결국 정부가 제대로 된 시장경제 작동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시장 원리를 강조하기 위해 1980년대 초반 경제기획원 물가총괄과장으로 일하던 시절 얘기를 꺼냈다. 김 회장은 “당시는 정부가 50개 품목의 가격을 일일이 정해줬는데 지금은 웃을 일이지만 그때는 그렇게 안 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며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대기업 규제, 노동 규제 등도 훗날엔 ‘왜 그렇게 해야만 했나?’고 할 거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최근 경제민주화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정치권에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선한 의도로 잘 나누자고 얘기하는 건 이해한다”면서도 “시장 원리에서 벗어난 정책을 쓰면 결국 경제에 더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낸 김 회장은 “공정거래법은 어떻게 하면 경쟁 조건을 공정하게 하느냐에 있지 누구를 지원,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아니다”라면서 “보호해야 할 것은 ‘경쟁자’가 아니라 ‘경쟁’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들도 보호해야 하지만 경쟁을 배제하면서 보호하는 것은 오히려 경쟁력만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지난해 2월 취임해 3년 임기의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김 회장은 출범 후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로 잠실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단지 조성사업의 기반을 닦은 일을 꼽았다. 그는 “옛날에는 전시산업이 수출 무역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젠 그 자체가 산업이 돼 산업적 네트워크 형성을 돕는다”며 “산업 간 벽이 허물어지는 ‘융복합 시대’의 필수”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은서 clue@donga.com·김창덕 기자
#김인호#구조조정#조선#해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