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냐 네트워크냐… ‘ICT 빅4’ TV전쟁

  • 동아일보

기존 강자 애플-MS “TV가 중심” PC와 통합하는 스마트홈 초점
신흥 강자 아마존-구글 “부분일뿐”… AI 활용한 제어기술 개발 역점

“기존 강자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구식 전쟁’을, 신흥 강자인 아마존과 구글은 ‘신식 전쟁’을 하고 있다.”

미국 경제·경영 전문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지난달 30일 4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TV와 스마트홈 시장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경쟁을 이렇게 분석했다. 애플과 MS는 ‘가정생활의 중심은 거실이며 그 허브는 TV’로 보고 TV와 컴퓨터를 통합하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반면 아마존과 구글은 ‘TV는 스마트홈 네트워크의 한 부분’으로 간주해 인공지능(AI) 기술에 집중하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차이는 애플과 MS, 아마존과 구글 간 철학적, 역사적 배경의 차이에 따른 것이다. 애플과 MS는 출발점이 PC 회사여서 마우스와 키보드, 모니터라는 구성 요소를 늘 인식하고 있다. 두 회사의 TV시장 경쟁도 TV 모니터와 PC 본체의 결합이 핵심이다. 애플은 애플TV 안에서 애플 애플리케이션이 구현될 수 있게 하고 MS는 대표 게임기인 엑스박스원을 윈도10 운영체제로 즐길 수 있게 만들면서 TV와 PC의 결합이라는 꿈을 실현했다.

그러나 두 회사는 스크린(TV 모니터)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애플의 경우 애플TV에 인공지능 기능인 ‘시리’를 추가하고 카메라까지 갖춰 얼굴인식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 중인데 이런 스마트홈 기능은 TV가 있는 공간에서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 한계다.

반면 인터넷 기반으로 성장해온 구글과 아마존은 철저히 네트워크 중심적 사고로 TV와 스마트홈 시장을 공략한다. 애플이나 MS와 달리 컴퓨터나 TV 본체보다 이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이 두 업체 간 경쟁을 ‘신식 전쟁’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아마존은 2014년 스마트홈 네트워크의 중심 역할을 하는 ‘에코(Echo)’라는 원통형 음성인식 기기를 선보여 300만 대 넘게 팔았다. 에코는 마이크가 7개나 있어 집 안 어느 곳에서 명령해도 알아들을 수 있고 소음제거 기능도 있다. 에코의 음성 기반 개인비서 서비스인 ‘알렉사’는 아마존 클라우드에 접속이 가능해 음성 명령으로 TV를 켜고 음악도 재생하며 온라인쇼핑 같은 심부름도 한다.

구글도 비슷한 인공지능 비서 시스템 ‘구글 어시스턴트’와 가정에서 음성인식을 통해 개인비서 역할을 하는 단말기 ‘구글홈’을 이미 선보였다. 이 기기들은 24시간 켜져 있어 언제든지 주인(소비자)의 명령을 기다린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해 문을 열면 바로 조명과 TV가 켜진다.

BI는 “아직까지는 애플이나 MS의 스마트TV나 게임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스마트홈의 인공지능이 마치 다른 사람 대하듯 편하고 익숙해지면 (이들 낡은 전쟁을 벌이는) 기업들에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허브#네트워크#애플#ms#아마존#구글#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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