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선 ‘억소리’… 지방에선 ‘악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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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아파트 최고 3억 6000만원 프리미엄… 제천에선 ‘청약 제로’단지 나와
부동산 시장 양극화 심화

올해 2월 판교신도시(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알파리움’ 아파트 전용 142m²형 분양권이 13억5000만 원에 팔렸다. 분양가에 약 3억6000만 원의 웃돈이 붙은 금액이다. 이 단지에서는 올 들어서만 15건의 ‘억대 웃돈(프리미엄)’ 분양권이 거래됐다.

반면 최근 부동산 경기가 둔화된 지방에서는 청약이 한 건도 접수되지 않은 ‘청약 제로’ 분양 아파트 단지가 나오고 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를 이끈 투자 수요가 주춤해지면서 지역별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23일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국에서 거래된 아파트 분양권 4만1795건 중 1억 원 이상의 웃돈이 붙은 거래는 205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된 분양권 9만777건 중 1억 원 이상의 웃돈이 붙은 거래는 121건이었다. 전체 분양권 거래량이 1년 새 절반 이하로 줄어든 반면, 억대 웃돈 아파트는 7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올해 억대 웃돈이 붙은 아파트의 97%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전체 고액 프리미엄 거래의 약 20%인 22건이 충남(8건) 부산(6건) 등 지방에서 이뤄졌지만, 올해(1∼4월)는 지방에서 억대 웃돈이 붙은 분양권 거래가 6건에 그쳤다.

지역별로 한강변 고가 재건축 아파트가 많은 서울 서초구와 위례신도시를 중심으로 분양권 거래가 활발한 서울 송파구에서 각각 35건의 억대 웃돈 분양권이 팔렸다. 미사강변도시가 조성되고 있는 경기 하남시에서도 34건의 고액 분양권이 팔렸다. 신도시와 강남 재건축 등 일부 인기 주거지에 분양권 전매 수요가 쏠리는 모습이다.

반면 지방에서는 ‘마이너스 프리미엄(분양권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아지는 현상)’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1∼4월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린 분양권 거래(402건) 중 204건(50.7%)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아파트 거래였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16.4%포인트 올랐다. 일부 지역에서 ‘청약 제로’ 분양 단지도 등장했다. 지난달 충북 제천시에서 분양된 749채 규모의 아파트에 한 건의 청약도 접수되지 않는 등 주택 수요가 부족한 일부 지역에서 청약 미달이 잦아졌다.

지난해 지방의 신규 분양 시장에 몰렸던 투자자들이 최근 분양권 매물을 쏟아내고 있지만, 공급 과잉 우려 등으로 수요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지방의 분양권과 청약 시장이 모두 둔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새 아파트 공급이 드문 대도시의 재건축 아파트 등을 제외하고는 투자수요를 끌어모으지 못하고 있다”며 “단기간에 분양권을 전매할 목적으로 청약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수도권#지방#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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