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환경부 명예 걸고 닛산車 ‘디젤 게이트’ 입증할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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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닛산자동차가 어제 한국 닛산의 경유차 ‘캐시카이’의 배출가스가 조작됐다는 환경부 발표를 전면 부인했다. 캐시카이 실내 인증시험 때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적게 뿜도록 한 반면 실제 도로를 달릴 때는 많이 배출토록 조작했다는 전날 환경부 발표가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어떠한 차량에도 불법적인 조작을 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차량 주행 시 엔진 주변 온도가 올라가면 부품을 보호하기 위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멈추도록 설정한다. 환경부는 시동을 건 뒤 20분이 지나 엔진 주변 온도가 35도 이상이 될 때 저감장치를 바로 세우도록 한 닛산의 설계가 ‘조작’이라고 봤다. 반면 닛산 측은 유럽연합(EU)에서는 몇 도부터 저감장치를 멈춰야 한다는 기준이 없다고 주장했다. 닛산이건 옥시레킷벤키저건, 외국에서 제품 결함이 발견되면 납작 엎드려 사태를 수습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선 부인하고 항의부터 하는 모양새가 곱지는 않다.

정부가 빌미를 준 측면이 있다. 한국닛산은 지난해 10월 캐시카이에 대한 자가 인증 결과를 환경부에 보고하면서 35도가 되면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멈춘다는 사실을 이미 공개했다. 그때는 그냥 넘어간 환경부가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뒤늦게 문제 삼았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더구나 현재 규정은 실내 배출가스 검사만 통과하면 되고, 내년 9월 새 시행규칙이 도입돼야 도로 주행 시 배출량을 따져 제재가 가능하다. 닛산은 환경부 도로 검사에서만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20.8배 검출됐다. 정부가 급한 마음에 아직 시행하지 않은 기준에 따라 배출량을 문제 삼는다면 국제적 망신을 살 우려가 있다.

작년 9월 폴크스바겐 경유차가 배출가스를 조작한 ‘디젤 게이트’ 이후 이번 닛산 적발은 세계에서 두 번째다.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 파문으로 국민 건강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게 되자 일본 경유차의 배출가스 조작을 섣부르게 단정했다면 한국의 명예가 훼손될 수도 있다. 글로벌 기업이 한국을 우습게 볼 빌미만 준 채 닛산 문제를 흐지부지 끝낼 경우 환경부는 간판을 내릴 것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다.
#닛산자동차#배출가스 조작#캐시카이#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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