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용선료 28% 인하 목표… 선주들과 막판 줄다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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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마지노선’ 25%에 사활 걸어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도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배를 빌리는 비용) 인하 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을 담당할 자문사로 영국의 유명 로펌 프레시필즈를 선정했다. 현대상선은 다음 주까지 용선료를 28% 정도 인하하는 것을 목표로 해외 선주들과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11일 한진해운 측은 “영국 로펌 프레시필즈와 자문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전 세계 해운업계에서 2014년 이스라엘 컨테이너 선사 ‘짐(ZIM)’이 용선료 인하에 성공한 것이 사실상 유일한 성공 사례로 알려져 있는데, 프레시필즈가 이 협상을 담당했다.

한진해운은 프레시필즈가 가진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진해운 용선료 협상 실무자들은 10일부터 외국 선주들을 찾아 출국했다. 한진해운의 외국 선주는 총 18곳이며 주로 영국, 그리스, 일본 등지에 본사를 두고 있다.

영국 ‘조디악’과 그리스 ‘다나오스’ 등 상당수의 선주가 현대상선이 협상을 해야 하는 선주와 겹치기 때문에 현대상선의 협상 결과가 한진해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은 마크 워커 미국 변호사와 변양호 보고펀드 고문이 진행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늦어도 20일까지 협상을 끝내고 채권단에 협상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해외 선주들과 막바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진행 중인 용선료 협상은 계약 상대방과 선박의 종류, 인하 폭 등이 제각각이지만 총 용선료의 28.4%(3년 6개월간 약 7200억 원)를 인하하는 것이 목표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채권단은 목표치 달성이 어려울 경우, 최소 25% 이상 용선료를 내릴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상선이 가지고 있는 일부 벌크선은 지난해 이미 선사들로부터 용선료를 할인받은 바 있다. 이런 부분도 채권단이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데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현대상선 채권단은 다음 주중 약 7600억 원 규모의 출자전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은 5년 거치 5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협약채권의 50∼60%를 출자전환하고 원금에 대한 이자를 낮추는 내용을 포함한 채무재조정안을 다음 주에 부의할 예정이다.

현재 현대상선의 협약채권 규모는 약 1조4000억 원이며, 이 가운데 신속인수제로 보유한 채권은 8000억 원이다. 출자전환 규모는 자율협약에 포함된 협약채권 가운데 일반채권은 60%, 신속인수제로 보유한 채권은 50%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비율을 적용할 경우 전체 출자전환 규모는 약 76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용선료 협상 데드라인을 다음주 후반으로 정해 놓은 상황에서 절차를 함께 진행하기 위해 출자전환 여부도 그 전에 미리 안건으로 올려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채권단협의회에서 안건을 부의(附議)하면, 채권은행들이 내부 논의를 거쳐 약 일주일 후 최종 결정한다. 다만 현재 조건부 자율협약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출자전환이 결정된 이후라도 용선료 인하가 이뤄지지 않거나 사채권자들의 채무재조정이 성사되지 않으면 출자전환은 무산된다.

김성규 sunggyu@donga.com·김철중 기자
#현대상선#용선료#채권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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