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운, 거대동맹서 제외된 獨-日선사들과 ‘제3동맹’ 움직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5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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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독일과 일본 해운사들과 함께 ‘제3 해운 동맹’을 결성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해운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지원 조건으로 용선료 인하 협상과 함께 글로벌 해운 동맹을 선제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세계 해운산업이 ‘거대 동맹’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 대형 해운사들은 그동안 소외되어 왔다. 해운동맹에 끼지 못하면 해운사는 영업기반이 붕괴돼 채권단이 자금 지원할 의미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제3의 해운동맹 성공여부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회생의 주요한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대 축’ 재편 후 발 빠른 ‘제3 동맹’ 결성 움직임

2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2M’과 ‘오션 얼라이언스’의 양대 해운동맹에서 제외된 독일 및 일본 선사들과 함께 ‘제3동맹’ 구성을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미 양대 해운동맹에 끼어들기는 시기적으로 늦은데다가, 기존 동맹에 합류한다고 해도 각국의 반독점 규제에 걸릴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프랑스 ‘CMA-CGM’과 중국 ‘코스코(COSCO·중국원양운수집단)’, 대만 ‘에버그린’, 홍콩 ‘OOCL’ 등 4개 해운사는 지난주 ‘오션 얼라이언스’라는 해운동맹을 내년에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현재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에 버금가는 규모다. 세계 해운업계는 덴마크-스위스의 ‘2M’과 프랑스-중화권 해운사의 ‘오션 얼라이언스’의 양대축으로 재편을 앞두게 됐다. 2M의 시장 점유율은 27.8%, 오션 얼라이언스의 점유율은 26.7%다.

기존 해운동맹은 2M 외에 현대상선이 속한 ‘G6’, 한진해운이 속한 ‘CKYHE’ 그리고 CMA-CGM이 주축이 된 ‘오션3’로 나뉘어 있었다. 2M의 압도적 우위 속에서 나머지 3개 동맹이 15~17% 정도의 점유율을 가진 구도였다.

그러다 CMA-CGM이 싱가포르 ‘NOL(넵튠 오리엔트 라인스)’을 인수했고, 코스코는 중국 CSCL(중해집장상운수)을 인수했다. 서로 다른 동맹에 속한 해운사끼리의 인수·합병으로 동맹관계가 얽혔고, 2M에 맞서기 위해 합종연횡이 이뤄진 것이 ‘오션 얼라이언스’ 출범의 배경이다.

●동맹에서 소외되면 항만업계도 타격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소외됐다는 점이다. 해운동맹에 속한 선사들은 서로 노선과 적재공간을 공유하면서 효율적으로 화물을 운송할 수 있고, 화주에게 더 다양한 노선을 서비스할 수 있다. 그러나 앞날이 불투명하거나 규모가 작은 해운사는 동맹에 끼기 어렵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경영난이 심각해진데다가 세계적인 선박 대형화 추세를 따라가지 못해 양대 해운동맹 구성에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해운사들이 동맹체제에서 소외된다면 해운업 뿐만 아니라 부산항 등 국내 항만업계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부산항이 세계 6위 항만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여객기 환승처럼 컨테이너를 옮겨 싣는 ‘환적’ 덕분이다. 부산항 물동량 중 50.5%가 환적인데, 국적선사가 해운동맹 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외국 선사들도 부산항에서 환적을 하기 때문이다. 국적 해운사가 동맹에서 빠질 경우 외국 선사들이 부산항에서 환적을 할지 장담할 수 없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해운시장 및 해운동맹 재편 관련 대책회의’에서 “동맹 재편에 따라 국내 해운 항만 물류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부산항과 광양항 등이 대응방안을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해운사들과 양대 동맹에 합류하지 못한 해운사들은 뒤늦게 ‘제 3동맹’ 결성에 들어갔다. 기존 동맹 중 ‘G6’는 OOCL과 NOL이 빠져나갔음에도 독일 하팍로이드가 범중동선사 ‘UASC’를 합병해 동맹 유지는 가능하다. 반면 코스코와 에버그린이 빠져나간 ‘CKYHE’는 사실상 해체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제3동맹’의 구도는 G6가 CKYHE의 한진해운, 양밍, K-라인과 어떻게 연합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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