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악화 은행권, 직원 줄이면서 사외이사엔 ‘돈잔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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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개지주 29명 평균 5253만원… 시간당 47만2000원 벌어들인 셈
등기이사는 1인 1억8300만원 줄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지난해 임직원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을 진행했던 일부 금융지주들이 사외이사에게는 시간당 50여만 원의 고액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은행권의 당기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2조5000억 원가량 급감한 3조5000억 원이다.

3일 은행권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농협 등 4개 지주사의 사외이사 29명은 지난해 평균 5253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평균 136시간가량을 사외이사로 활동해 시간당 47만2000원을 벌어들인 셈이 됐다.

시간당 가장 많은 보수를 지급한 곳은 KB금융지주다.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 7명은 지난해 평균 61.3시간 일하고 한 사람당 5342만 원을 챙겼다. 한 시간에 88만6000원을 받은 것이다. 이어 NH농협 신한 하나 순으로 많은 돈을 줬다. 개인별로는 남궁훈 신한금융지주 의장이 6800만 원을 받아 가장 많은 보수를 챙겼다. 시간 대비 가장 많은 돈을 받아간 사외이사는 이병남 KB금융 이사(LG인화원 사장·105만 원)다.

사외이사들이 고액의 보수를 받는 동안 지난해 은행권은 몸집 줄이기에 분주했다. 지난해 12개 시중은행의 은행원 수는 2014년보다 2169명 줄어든 8만7171명이었다. KB국민은행(1121명), SC은행(961명)이 지난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특별퇴직을 진행한 결과로 분석된다.

등기이사가 받은 돈도 크게 줄었다. 시중·지방은행 12곳과 신한 KB 하나 등 3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전체 등기이사 40명에게 총 186억7800만 원을 지급했다. 1인당 4억6600만 원으로 2014년보다 1억8300만 원가량 줄었다. 2014년 당시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과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 등이 거액의 퇴직금을 받고 물러난 데다 수익성 악화로 은행권 등기이사의 전체적인 연봉을 줄인 게 직격탄이 됐다.

시중은행 6곳과 지방은행 6곳을 포함한 은행권의 평균 연봉은 78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7600만 원)보다 200만 원(2.6%) 올랐다. 은행별로는 씨티은행이 91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KEB하나은행(8500만 원)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8200만 원) 대구은행(8000만 원) 순으로 많았다. 평균 연봉이 가장 낮은 곳은 제주은행으로 6600만 원이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사외이사들이 은행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하면서 고액의 연봉을 챙기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은행권도 수수료 인상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사외이사 고액 연봉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은행권#사외이사#돈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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