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설연휴때 美서 저커버그와 VR 논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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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HW+페이스북 SW’ 의기투합… 저커버그 “내 딸 첫걸음 VR로 찍을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올해 설 연휴에 미국 출장길에 올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가상현실(VR) 협업 방안에 대해 논의한 사실이 22일 뒤늦게 알려졌다. 저커버그 CEO가 21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삼성전자 언팩 행사에 깜짝 등장해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두 사람의 만남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언팩 무대에 오른 저커버그 CEO는 “지난해 여름 제이 리(Jay Lee·이 부회장의 영어 이름)와 산책을 하며 어떻게 하면 최대한 많은 사람이 VR 경험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우리는 이후 99달러짜리 VR 기기(기어VR)를 만들어 수백만 명이 직접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달 초 이 부회장과 저커버그 CEO는 미국에서 만나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경쟁력과 페이스북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활용해 VR 업계 선두 자리를 지켜 나가기로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페이스북이 관련 플랫폼을 운영하고 삼성전자는 기어VR 등 하드웨어 기기와 관련 콘텐츠 산업 등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두 사람이 VR 협업을 처음 논의한 것은 2014년 10월 저커버그 CEO가 한국을 찾았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부회장과 저커버그 CEO는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자(COO)와 함께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만나 기어VR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연계시킬 수 있는 방법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여름에도 미국 페이스북 본사를 찾아 저커버그 CEO와 VR 협업 방안에 대해 추가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VR에 대한 두 사람의 오랜 관심과 네트워크가 이번에 첫 결실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두 사람의 개인적 친분이 이번 협업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날 언팩 행사장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회색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등장한 저커버그 CEO는 “VR는 가장 사회적인(Social) 플랫폼”이라며 “내가 첫 걸음마를 뗐을 때 부모님은 육아일기에 이 장면을 기록했지만 내 딸이 첫 걸음마를 떼는 날 우리 부모님은 마치 그곳에 함께 있는 것처럼 그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약 10분간 VR 산업 전망을 발표한 저커버그 CEO는 “기어VR는 삼성전자의 최고 모바일 하드웨어 기술과 페이스북, 오큘러스의 최고 VR 소프트웨어가 결합한 제품”이라며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제조 능력만이 이 가격에 이 수준의 VR 기기를 내놓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2014년 20억 달러를 들여 VR 기술 업체인 오큘러스를 인수한 페이스북은 이날 자사(自社) 블로그를 통해 소셜VR 팀을 신설했다고 발표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 /바르셀로나=곽도영 기자
#페이스북#삼성#가상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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