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기업 감사委 역할을 바로 세우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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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태 삼정KPMG 대표이사
김교태 삼정KPMG 대표이사
지난해 일본에서 도시바의 회계부정 스캔들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에서는 건설·중공업 등 수주 산업에서 회계상의 이익이 일시에 대규모 손실로 전환되는 ‘회계 절벽’ 사건이 발생했다. 도시바 스캔들의 원인 중 하나로 감사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 미흡이 지적됐다. 한국에서도 대형 조선회사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가 감사위원들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사회적 이슈가 된 감사위원회의 올바른 역할 정립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와 회계 투명성의 현 주소는 어떤가. 세계경제포럼(WEF)과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하는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하락 추세에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임에도 국가 경쟁력이 하락하는 주요 원인이 기업 지배구조와 회계 투명성 분야의 약점에 있다고 얘기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 지배구조와 회계 투명성’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려면 감사위원회의 역할 인식과 실질적 역할 이행이 절실하다. 감사위원회의 역할이 정립되려면 감독 당국, 경영진 및 외부 감사인의 인식 전환, 제도적 개선, 효과적 운영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첫째, 감독 당국은 감사위원회 제도가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수주산업 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 후속 조치로 ‘외부감사 관련 감사 및 감사위원회 운영 모범사례’를 최근 발표했다. 여기에는 감사위원회가 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한 감독 책임이 있음을 인식하고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단계별로 감사위원회의 역할을 안내하고 기능을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이며 인상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둘째, 경영진은 기업 내에서 견제와 균형의 의사 결정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도록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또 내부감사 조직에 대한 감사위원회의 감독 권한 강화 등을 통해 감사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물론 감사위원회의 역할 수행을 위해 감사위원의 전문성은 기본적으로 충족돼야 한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들의 경우 감사위원회 의장의 73% 이상이 재무적 경험이 풍부한 전문경영인 및 재무전문가 출신이다.

셋째, 외부 감사인은 감사 업무 전 단계에 걸쳐 감사 수행 중 직면한 어려움이나 내부 통제의 미비점, 회계정책 및 추정에 대한 전문가적 의구심 등을 공식 또는 비공식 소통경로를 통해 감사위원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이러한 소통을 통해 감사위원회는 중요한 이슈를 적시에 인지하고 양질의 감사를 이끌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 외부 감사인과 감사위원회의 소통은 기업 내에서 감사위원회의 견제와 균형 역할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기업의 리스크 감독에 큰 도움이 된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 유가 및 금리 변동 등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는 ‘해현경장(解弦更張)’의 한자성어를 새길 필요가 있다. ‘느슨해진 거문고의 줄을 다시 바꾸어 매다’라는 뜻의 이 고사성어는 ‘개혁과 변화’를 의미한다. 정부의 제도적 개혁과 기업 경영진의 인식 변화가 감사위원회의 역할을 바로 세우고 기업의 건강한 성장을 이끌어 가길 희망한다.

김교태 삼정KPMG 대표이사
#기업#감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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