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안보이는 ‘트리플 악재’… 13개 주력품목 모두 흔들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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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한국수출]
18.5% 급감 ‘1월 수출 쇼크’

《 올해 1월 수출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 이후 6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3% 재진입’이라는 정부 목표 달성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수출이 한국 경제의 회복세를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 저유가, 중국 경기 침체 등으로 교역 조건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이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린 지난해 상황이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수출과 체감경기가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추락했지만 국회의 경제활성화 입법 처리는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정부 경제팀도 좀처럼 위기의식을 보여주지 못한 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대외 변수 때문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 때문에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할 것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 대외 수출 ‘트리플 악재’

1월 수출액(367억4000만 달러)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5%나 줄어들며 13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국제유가 급락과 중국 등의 경기 침체, 수출품 단가 하락 등 이른바 ‘트리플’ 악재가 주원인이다.

중동산 두바이유 등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한국의 대표 수출상품인 석유제품의 단가가 크게 낮아졌다. 러시아 중동 등 자원부국에 대한 수출도 급감했다. 휘발유 등 정유 부문의 수출액(17억7400만 달러)은 전년 동월 대비 35.6%나 감소하며 한국의 13대 주요 수출품목 가운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던 중국 시장 역시 상황이 좋지 않았다. 1월 대(對)중국 수출액은 94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1.5% 감소했다. 자국 내 제조업 부진으로 한국산 소재·부품 및 기계류의 수입이 크게 줄었고 유가 하락으로 중국산 석유화학 제품의 재고가 쌓여 한국 석유화학 수출 단가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수출 부진은 특정 업종만의 문제가 아니다. 1월 기준 한국 전체 수출액의 77.8%를 차지하는 13대 수출 품목의 수출액이 모두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감소했다.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던 반도체(―13.7%), 자동차(―21.5%), 무선통신기기(―7.3%) 등도 일제히 내리막이었다. 지난해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화장품(2.1%), 유기발광다이오드(OLED·8.7%) 등은 증가세가 주춤했다.

1월에 무역수지는 53억 달러 규모의 흑자를 내 48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고,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흑자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경제 여건이 좋아서가 아니라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 나타난 ‘불황형 흑자’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5489억3000만 달러)은 전년보다 10.5% 줄었고 수입(4285억6000만 달러)은 18.2%나 감소했다. 특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지난해 서비스수지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80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적자(157억800만 달러)를 냈다.

○ 3% 성장률 달성 ‘물거품’ 될까

수출액 감소보다 더 큰 문제는 수출물량이 줄었다는 점이다. 올 1월 수출물량은 전년 동월 대비 5.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유가 하락으로 수출액은 줄었지만 수출물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며 한국 수출의 기초체력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철강, 석유화학 등에서 나타나는 글로벌 공급 과잉의 영향으로 한국산 제품을 찾는 해외 바이어들의 발길이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급변하는 글로벌 수출 시장에 한국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수출 감소가 구조적으로 장기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가격은 선진국보다 싸고 기술력은 신흥국보다 우수하다’는 게 한국의 강점이었다. 하지만 갈수록 기술력은 중국 등 신흥국들에 상당 부분 따라잡히고, 가격경쟁력은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상당수 수출 주력 품목의 경쟁력 자체가 약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출기업 컨설팅 지원을 강화하고 이달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수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경쟁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정부 대응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렇게 되리라고는 우리도 생각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는 것만 가지고 (과거처럼) 수출이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노동개혁 4법을 비롯한 주요 법안이 여야 간의 이견으로 좀처럼 처리되지 못하며 구조개혁이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홍성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재정금융팀장은 “수출보험을 늘리는 등의 단기 대책도 필요하지만 노동시장 구조개혁, 기업 체질 개선에 정부가 방점을 찍어야 한다”며 “4대 구조개혁처럼 근본적으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신민기 minki@donga.com·이상훈 /정임수 기자
#저유가#중국경기#수출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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