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싸움 틈새서 우뚝… 家電 작은거인들 약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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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화전략-재투자로 전문성 확보

동부대우전자가 페루에서 판매하는 나스카 문양이 새겨진 세탁기, 레이캅코리아가 개발해 시판 중인 침구류 전문 청소기, 진공 보온 기능이 있는 쿠쿠전자의 밥솥(왼쪽부터 시계방향).

각 사 제공
동부대우전자가 페루에서 판매하는 나스카 문양이 새겨진 세탁기, 레이캅코리아가 개발해 시판 중인 침구류 전문 청소기, 진공 보온 기능이 있는 쿠쿠전자의 밥솥(왼쪽부터 시계방향). 각 사 제공
붐비는 낚시터에서 남들처럼 미끼를 던져놓고 하염없이 기다린다고 물고기가 잡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이 잘 모르는 포인트에 낚싯대를 드리우는 것도 방법이다.

국내 전자업계에도 대기업들이 미처 신경 쓰지 못해 모르고 있는 빈틈을 파고들어 수익을 내는 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사실상 국내 전자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간과한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거인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치밀한 전략을 살펴봤다.

○ 국가별 맞춤형 제품으로 ‘틈새시장’ 공략


지난해 동부대우전자의 전체 매출 1조6000억 원 중 해외 시장 비중은 80%나 된다. 이미 국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라는 ‘두 거인’을 피해 철저하게 현지 특화 전략을 펼쳐 이룬 성과다. 이 회사의 장점은 현지 특화 제품을 만들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 다른 기업들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애쓰는 동안 동부대우전자는 중남미, 중동 등을 겨냥해 차별화한 제품을 출시했다.

제품은 철저히 현지인들 기호에 맞췄다. 화려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멕시코의 경우, 멕시코 국화인 달리아 꽃문양을 넣은 냉장고를 출시했다. 페루에서는 페루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잉카 유적지를 형상화한 문양을 담은 세탁기 디자인을 채택했다. 이런 전략에 힘입어 동부대우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멕시코 냉장고 시장 점유율 1위(31%)를 차지했다.

자신의 물건에 남이 손대는 것을 싫어하는 중동인 습성에 착안해 만든 중동 특화 제품 ‘자물쇠 냉장고’도 인기다. 문에 자물쇠를 걸어놓아 주인이 아니면 냉장고를 열 수 없게 만든 제품이다. 지난해까지 자물쇠 냉장고는 누적판매 대수 150만 대를 돌파하는 등 중동지역 냉장고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 새로운 패러다임 창출과 중소 가전 시장 공략

침구 살균청소기 전문 기업인 레이캅코리아의 성과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2007년 1월 침구류 청소기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고 집먼지진드기만 연구하는 연구소도 최초로 설립해 운영 중이다. 26명의 연구원은 집먼지진드기를 다양한 소재에 키우면서 생태 실험을 한다.

“침구류도 청소해야 한다”는 패러다임을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레이캅코리아는 지난해까지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500만 대 이상의 청소기를 팔았다. 특히 위생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에서만 350만 대를 팔아치우며 일본 침구청소기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을 통한 제품 경쟁력 확보와 이를 인정한 소비자들의 입소문 때문이다.

쿠쿠전자는 중소가전 한 우물을 파서 성공한 케이스. 밥솥 점유율 1위인 이 회사는 150여 명의 연구 인력이 투입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밥솥 관련 특허만 200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쿠쿠전자는 대기업이 장악한 대형 가전 시장은 넘보지 않고 있다. 대신 정수기, 비데, 제습기 등 중소 가전으로 제품군을 늘렸다. 2010년 시작한 정수기 사업은 빠른 시간에 업계 2위권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쿠쿠전자는 판매와 렌털 사업을 병행하며 생활가전 업체로의 성장을 노리고 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가전#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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