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개인주식 90만주 임직원에 증여
한미사이언스 주식 1.6% 규모… 1인당 평균 4000만 원꼴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76·사진)이 1100억 원대 개인 주식을 전 임직원에게 무상 증여한다. 한미약품은 4일 한미약품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임 회장 주식 약 90만 주를 전 직원(2800여 명)에게 이번 주 안으로 무상 증여하고 공시를 마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직원들에게 증여될 주식 총량은 한미사이언스 주식의 1.6%이며 임 회장이 보유한 주식의 4.3%다. 1100억 원은 지난해 12월 30일 종가(12만9000원)를 기준으로 산출한 가격이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 임직원들은 한 달 급여의 1000%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식으로 받게 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직급에 따라 받을 금액이 다르지만 1인당 평균 4000만 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직원들은 받은 주식 가격의 10%(평균 400만 원)를 증여세로 내게 된다.
이번 통 큰 ‘선물’은 지난해 한미약품이 잇달아 수출 대박을 터뜨린 데 대한 보상의 성격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1월 국내 제약업계로는 최대 규모인 5조 원대의 당뇨병 치료제 기술 이전 계약을 프랑스의 글로벌 제약회사 사노피와 맺은 것을 비롯해 일라이릴리, 베링거인겔하임, 얀센 등 다국적 제약사들과 8조 원에 가까운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임 회장은 “적자, 임금 동결 등 힘든 상황에서도 연구개발(R&D)에 꾸준히 투자할 수 있도록 묵묵히 회사를 지켜준 임직원들 덕분에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대형 계약을 통해 회사가 얻은 이익을 직원들에게도 나눠 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미약품이 지난해에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꾸준한 R&D 투자 덕분이었다. 한미약품은 2014년 연매출의 20%, 지난해 9월까지는 매출 7276억 원의 19%인 1380억 원을 R&D 비용으로 투자했다. 약가 인하 정책으로 대부분의 제약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은 2012년에도 연매출의 13.5%(910억 원)를 연구개발에 썼다.
대형 계약에 성공한 후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연초 대비 각각 7배, 8배 수준으로 올랐다. 한미사이언스 주식 2000만 주를 보유한 임 회장은 1년 동안 2조 원이 넘는 평가차익을 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임 회장의 7∼12세 손주 7명이 보유한 주식들도 평가액이 1인당 1000억 원을 넘어섰다.
국내 기업체 오너가 전 직원에게 자기 주식을 무상으로 증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 자동차 차체 부품을 생산하는 성우하이텍 이명근 회장은 직원들에게 273억 원대의 주식을 무상으로 증여한 바 있다. 그러나 1000억 원대를 넘는 사례는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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