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이 더 춥다… 꽁꽁 언 금융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4일 03시 00분


美금리-中경기 ‘변수’… 기업 구조조정-부채 증가 ‘악재’… 새 수익모델 창출 ‘과제’

2016년 병신(丙申)년에 국내 금융회사들은 예측 불가능한 ‘시계 제로’의 경영 환경을 맞았다. 밖으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 둔화, 신흥국 경제위기 등의 변수가 가득하고 안으로는 기업 구조조정, 가계·기업 부채 증가 등의 악재들이 도사리고 있다. 여기에다 핀테크 확산으로 금융권 밖에서 몰려오는 새로운 경쟁자들과도 맞서야 한다.

저금리와 저성장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온 금융회사들은 새해 들어 마른 수건까지 쥐어짜는 긴축 경영에 돌입하는 한편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권에 불어 닥친 구조조정 한파가 올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 “마른 수건 쥐어짜라”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희망퇴직 명예퇴직 등으로 은행 보험 카드 증권 등 금융권에서 사라진 일자리는 5만 개 이상으로 추산된다. 관리자급으로 한정됐던 희망퇴직 대상도 대리급까지 낮아지는 등 감원 한파가 연령과 직급을 가리지 않고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 이런 구조조정 압박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올해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등으로 비대면(非對面) 금융거래가 늘어나는 데다 성과주의 문화가 확산돼 은행권의 인력 감축, 점포 통폐합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이날 발표한 신년사에서 “금융회사의 인사, 보수, 평가 전반에서 보신주의, 연공서열을 탈피해 전문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성과주의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KB국민·KEB하나·신한·우리·NH농협은행은 올해 최소 100개 이상의 점포를 정리할 계획을 내놨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연간 수익이 67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카드업계도 인력 감축, 부서 통폐합 등의 몸집 줄이기로 새해를 맞고 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작년 말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올해 기존 32개 지점을 28곳으로 줄였다. KB국민카드 등은 올 들어 비용이 많이 드는 일부 카드의 발급을 아예 중단하며 비용 절감에 나섰다.

지난해 실적이 ‘반짝’ 개선됐던 증권업계도 올해 수익성 악화가 예상돼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하나금융투자, IBK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이 줄줄이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올 상반기에는 실적이 부진한 중소형 증권사들이 추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새 수익모델 찾아라”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생존을 위해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는 금융권의 움직임도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신한금융, NH농협금융 등은 연말 인사에서 글로벌 관련 인력과 조직을 대대적으로 강화해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은 신년사에서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기회가 있는 국가 몇 개를 선정해 진출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조·정보기술(IT)업체가 중심이 된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고 핀테크 기업들이 잇달아 금융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금융회사들은 올해 ‘미래 금융’ ‘비대면 채널’ 관련 조직을 신설해 대응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자기자본이 8조 원에 육박하는 ‘미래에셋+대우증권’의 등장이 임박하면서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NH투자, 삼성, 한국투자, 현대 등 대형 증권사들은 초대형 증권사의 등장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은행(IB) 분야를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정비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IB 역량이 강해져야 해외 시장도 노려볼 수 있다”며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이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내기 전에 승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임수 imsoo@donga.com·이건혁·박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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