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손영일]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금융실명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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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일 경제부 기자
손영일 경제부 기자
현 정부의 경제 청사진을 담고 있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애정은 남다르다. 올해 1월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훗날 국민으로부터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나’를 묻는 질문에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이뤄 내서 (그 성과를) 국민에게 안겨 드리는 게 소망”이라고 답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이던 지난해 2월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처음 발표한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라고 귀띔했다.

산업화 시대를 지나 민주화 시대가 열린 이후에도 역대 대통령은 경제 분야에서 각자 나름의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국민 대부분은 최근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표적 공적으로 금융실명제를 꼽는다. 2009년 서거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각각 외환위기 극복, 지역 균형 발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훗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금융실명제 실시나 외환위기 극복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박근혜 정부의 업적이 될 수 있을까. 정부 내부에선 자신감이 엿보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터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가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지난해 성장 효과 부문 1등을 한 데 이어 올해 이행 점검 부문에서도 2등을 했다”며 “국제사회에서 정책을 시의적절하게 잘 만들고 잘 이행하는 모범 국가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라고 자평했다.

반면 시장과 언론, 학계에선 회의론이 우세해 보인다. 기초가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경제, 내수·수출 균형 성장 등 3대 전략을 바탕으로 임기 말까지 ‘잠재성장률 4%대,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지만 1년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성과는 신통치 못하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구조 개혁을 강조하지만 실제 펼쳐지는 정책은 ‘눈앞의 위기만 넘겨 보자’는 단기 경기 부양책이 많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일자리 창출 법안은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고, 여야 정치권의 관심사는 경제보다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쏠려 있다.

최종적으로 누구의 말이 맞게 될지는 박 대통령이 2년 3개월 남짓한 잔여 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 문민정부 시절 부총리 겸 초대 재정경제원 장관을 지낸 홍재형 전 국회부의장은 금융실명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최고 지도자가 시대정신을 빨리 파악하고 추진력 있게 정책을 밀고 나간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 정도면 선방했다”는 관료들의 자화자찬만 들릴 뿐 국민의 반응은 싸늘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성공을 위해 박 대통령이 귀담아들을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이뤄질 때 국민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성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단지 공허한 구호로만 기억한다면 이는 박 대통령 개인의 불운일 뿐 아니라 5년을 지켜봐 온 국민에게도 불행이다.

―세종시에서

손영일 경제부 기자 scud2007@donga.com
#경제혁신#금융실명제#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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