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상초유의 제조업 마이너스成長, ‘혁신정책’ 실종됐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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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업체들의 작년 매출액이 2013년보다 1.6% 줄었다는 ‘2014년 기업경영분석’ 자료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1년 이래 53년 만에 처음으로 기록한 마이너스 성장이다. 1970년대 두 차례 오일쇼크 때는 물론이고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제조업 매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통계의 의미는 무겁다.

한은 측은 “원화가치 상승과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해외 매출이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환율 요인과 대외환경 악화 탓만 하기에는 상황이 엄중하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정도를 제외하고는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이 중국에 따라잡혔다고 봐야 한다. 가격과 기술력으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과 제조업 혁신에 성공한 선진국 사이의 ‘샌드위치 위기’가 이번에 제조업 마이너스 성장으로 확인된 것이다.

독일처럼 제조업 기반이 강한 나라는 외부환경이 나빠져도 비교적 빨리 위기 극복에 성공한다. 서비스업이 제조업에 비해 고용유발계수가 높다 해도 양질의 일자리와 소득, 산업 전반의 기술혁신을 위해서는 제조업 기반이 필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비스업 선진국이 제조업에서 신성장동력을 찾는 ‘제조업 르네상스’에 힘쓴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2009년부터 ‘리메이킹 아메리카(Remaking America)’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국적과 상관없는 지원을 펼쳐 미국 내 생산시설을 유치했다. 일본도 설비투자와 사업재편 지원을 골자로 하는 산업경쟁력 강화법을 제정해 지난해 미국은 2.4%, 일본은 2.8% 제조업 매출이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도 지난해 스마트공장 확산 등 ‘제조업 혁신 3.0’이라는 제조업 육성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어제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한 스마트공장 인식조사에 따르면 72.7%가 “스마트공장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고 할 만큼 정책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과거에는 산업정책의 성공 사례로 꼽혔던 한국이지만 요즘은 산업정책이 실종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일본의 산업경쟁력 강화법과 비슷한 내용의 ‘기업 활력 제고 특별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나 야당의 거부감이 커 통과될지도 불투명하다.

기업 스스로 기술혁신과 구조개혁을 서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와 정치권도 치열한 글로벌 경쟁 중인 자국 산업과 기업 지원을 등한시한 채 옥죄고 때리기에만 열중한다면 한국 제조업의 위기는 심각한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
#2014년 기업경영분석#제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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