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이상 부자, 月 972만원 지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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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銀 ‘2015 한국 부자 보고서’

서울 강남구에 사는 경영인 ‘김재력 씨(59)’는 108억 원의 자산을 가진 부자다. 김 씨는 작년에 벌어들인 돈의 40%를 금융상품이나 부동산에 투자해 얻었다. 29%는 근로소득, 24%는 사업소득이다. 지금은 41억 원을 금융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작년에는 부동산 자산을 늘렸다. 서울 시내 중소형 아파트를 사 월세 수입을 올리고 있다. 또 금리가 낮아진 탓에 은행 예금보다는 주식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의 가족은 한 달 평균 972만 원을 쓴다. 이 중 262만 원은 노후를 위한 연금과 보험에 넣는다. 요즘엔 자식보다 재롱떠는 손주가 더 눈에 밟힌다. 교육비와 용돈 등으로 1년에 1486만 원을 손주들을 위해 쓴다.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일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의 PB고객 109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부자들의 자산관리 및 소비 행태 등을 분석한 ‘2015 코리아 웰스 리포트’를 발표했다. 김재력 씨는 이 보고서에 나온 한국 부자의 평균을 바탕으로 만든 가상의 인물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을 재산순으로 일렬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부자는 108억 원(평균은 100억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자산의 47%를 부동산에, 나머지 53%는 금융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2008년 51%에 이르던 부동산 비중은 매년 줄어 2013년 44%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47%로 반등했다. 부자들은 특히 투자용 주택에 관심이 많았는데, 중소형 아파트(33%)나 오피스텔(27%) 등에 투자한 이들이 많았다.

저금리로 은행 예·적금 수익이 떨어지는 가운데 부자들은 올해 좀 더 공격적으로 금융자산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예금성 자산에 40%를 맡겼지만, 올해는 35%로 비중이 줄었다. 대신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도가 높은 주식 비중을 14%에서 19%로 늘렸다. 향후 포트폴리오에 대해 부자들은 대부분 현재의 자산 구성을 유지(47%)하거나 금융자산을 줄이고 부동산자산을 늘리겠다(15%)고 응답했다. 대신 은행 양도성예금증서(CD),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 상품에 투자(11%)하는 등 방망이를 짧게 쥐고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재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부자들은 어디에 돈을 쓸까. 부자들은 가구당 한 달 평균 972만 원을 썼다. 일반 가계(350만 원)보다는 많지만, 지난해 부자들의 월평균 지출 금액인 1028만 원보다는 줄어든 것이다. 부자들이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곳은 연금과 사회보험(262만 원)이었다. 일반 가계의 지출액 1만3000원의 200배에 이르는 돈이다. 응답자의 16%는 앞으로 관련 지출을 더욱 늘리겠다고 답해 부자들이 연금 및 사회보험을 중요한 노후 대비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자들은 돈 관리뿐만 아니라 인맥 관리에도 관심이 높았다. 평균 2.8개의 정기적인 모임에 속해 있고, 한 달 평균 1∼3차례 모임을 가졌다. 현재의 부와 지위를 얻는 데 인맥이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53%)고 답한 부자들은 자녀를 위해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는 등 인맥을 물려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답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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