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삼성물산 지분 매각 나서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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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계열사 3곳 실질주주증명서 반납… 주식처분 가능해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에 대한 실질주주증명서를 반납했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엘리엇은 24일 삼성 3개 계열사에 대한 실질주주증명서를 반납했다. 삼성물산 외에 삼성SDI와 삼성화재 등 보유하고 있던 나머지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도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7.12%, 삼성SDI와 삼성화재는 1%씩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실질주주증명서는 주주가 주주권 행사를 위해 해당 시점에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다. 주주증명서를 반납하면 해당 주식에 대한 처분 제한이 풀리기 때문에 엘리엇은 언제든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매각할 수 있게 된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주주가 이 서류를 반납하는 목적은 일반적으로 주식 처분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도 엘리엇의 주주증명서 반납이 삼성 계열사 지분 매각을 위한 사전조치라고 보는 해석이 많다. 엘리엇은 올해 2월 초부터 삼성물산 주식 773만2779주(4.95%)를 사들여 보유하고 있다가 삼성물산이 합병을 발표한 이후인 지난달 3일에는 주당 6만3560원에 339만3148주(2.17%)를 추가로 매입했다. 합병 발표 이후 삼성물산 주가가 하락하고 있어 엘리엇이 평가손실이 더 커지기 전에 털고 나가겠다는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엘리엇이 주식선물거래 등의 방식으로 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엘리엇이 현재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을 한꺼번에 매도할 경우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 엘리엇은 이를 대비해 미리 현재 가격에서 선물계약을 한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가격에 주식을 되사 갚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헤지펀드들은 투자한 것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야 이익을 낼 수 있는 선물이나 옵션에 다중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이 통합 삼성물산 주식을 매각하더라도 추후 법정 소송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분을 남길 수도 있다. 엘리엇이 삼성SDI와 삼성화재 지분 1%씩을 사들였던 것도 이들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에 ‘찬성표’를 던질 경우 배임 등의 혐의로 법적 소송에 들어갈 수 있다는 압박 카드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건혁 gun@donga.com·김지현 기자
#엘리엇#삼성물산#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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