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바이오사업 본궤도… 3大 면역질환 복제약 모두 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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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미라’ 바이오시밀러 3상 성공

삼성그룹의 바이오시밀러 제조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네 번째 제품 개발에 성공하며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 모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성사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또 한번 ‘제일모직의 미래 가치’를 입증해낸 것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기간이 끝난 뒤 이를 본떠 만든 비슷한 효능의 복제약이다.

○ ‘3대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모두 개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 제약사 에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인 SB5의 임상 3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6일 밝혔다. 자가면역질환은 면역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서 면역세포들이 우리 몸의 장기나 조직을 공격해 발생하는 병으로 류머티즘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궤양성 대장염 등을 말한다.

3상(床) 시험은 지난해 6월부터 13개월간 7개국 51개 병원에서 진행됐다. 임상 3상은 500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약효와 안전성이 오리지널 제품과 같다는 점을 입증하는 시험으로 바이오시밀러 개발의 마지막 단계다.

SB5의 오리지널 제품인 휴미라는 지난해 매출이 129억 달러(약 14조4480억 원)에 이르는 1위 바이오의약품이다. 이에 앞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화이자의 엔브렐과 얀센의 레미케이드 등 2종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에 대한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끝내고 현재 유럽과 국내 등에서 판매허가 신청 단계에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일반 화학합성 의약품에 비해 복제가 매우 어려워 주요국에서 판매허가를 받은 업체는 한국 셀트리온과 미국 일라이릴리, 스위스 노바티스 등에 불과하다. 특히 글로벌 3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꼽히는 휴미라와 엔브렐, 레미케이드 등 세 가지 제품의 개발에 성공한 바이오시밀러 제조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일하다. 세 제품의 매출은 총 306억 달러(약 34조2720억 원)로 전체 시장(488억 달러)의 64%에 이른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는 “본격적인 시판에 들어가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세 가지 제품을 모두 공급할 수 있어 다른 회사가 따라올 수 없는 차별적인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개발 속도 절반으로 줄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외에도 올해 말 당뇨병 치료제 SB9(란투스 바이오시밀러)의 시판 허가를 올해 말 신청할 예정이다.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인 SB3은 임상 3상, 대장암 치료제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 SB8은 임상 1상 단계에 있다. 추가로 7개 제품의 개발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2012년 2월 설립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3년여 만에 4종의 바이오시밀러 임상 시험에 성공하면서 빠른 개발 속도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약업계에선 “삼성의 DNA가 기반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바이오에피스에는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를 거친 임원이 경영 지원을 맡으며 삼성의 ‘혁신 방법론’을 연구 조직에 전파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통상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하나 개발하는 데 5∼6년이 소요된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세계 시장 1위인 셀트리온 등과 비교하면 후발 주자지만 시기를 절반으로 줄여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제품은 글로벌 제약사인 미국 머크를 통해 판매된다. 미 뉴저지에 본사를 둔 머크는 140여 개국에 판매망을 보유하고 있다. 고 대표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에서 개발력만큼 중요한 경쟁력이 마케팅”이라며 “머크와의 협력 성사로 사업이 훨씬 쉽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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