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닥치고 상승’ 언제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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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그리스 악재 뚫고 7년8개월만에 최대호황

요즘 국내 주식시장은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이 무색하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그리스발(發) 악재 등에 코스피가 발목을 잡혀 있는 동안 코스닥 시장은 8년 만에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저성장, 저금리 추세가 고착화되면서 바이오·헬스케어 같은 미래 성장산업이 포진한 코스닥 시장으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의 거침없는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과열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정보기술(IT) 버블’ 때처럼 ‘바이오 버블’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메르스’-‘그리스’ 악재에도 고속질주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이달 들어 3일 연속 연중 최고점을 갈아 치웠다. 3일에는 유럽연합(EU) 구제금융안에 대한 그리스의 국민투표를 앞두고 한국의 코스피를 비롯한 세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지만 코스닥지수는 소폭 오른 769.26에 마감하며 2007년 11월 9일(779.04) 이후 7년 8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쇼크로 5월 초 660 선까지 잠시 밀리기도 했지만 다시 상승엔진을 켠 뒤 메르스 사태, 미국 금리 인상 우려,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에도 흔들리지 않고 고속 질주하는 모습이다.

‘200조 원 시대’를 연 코스닥 시가총액 또한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3일 현재 209조1840억 원으로 불었다. 1996년 7월 8조4000억 원으로 출발한 코스닥 시가총액은 2007년 6월 100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8년 만인 지난달 23일 200조 원대 벽을 뛰어넘었다. 시가총액 1조 원을 넘어선 코스닥 ‘1조 클럽’ 종목도 작년 말 14개에서 현재 25개로 늘었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개미’들의 독무대로 불렸던 코스닥 시장을 최근 기관투자가들이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가짜 백수오 사태 이후 개인투자자들은 ‘팔자’ 행진을 이어가며 5, 6월 두 달간 약 750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기관투자가들은 같은 기간 1조 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 기간이 짧은 개인보다 장기투자 성향이 강한 기관투자가들이 늘어났다는 것은 질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 “코스닥, 하반기 美금리인상땐 조정 받을 듯” ▼

7년8개월만에 최대호황


○ 미래 성장산업 포진

대내외 악재에도 코스닥이 파죽지세로 뛰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둔화 우려가 클 때 ‘경기 민감주’인 대형주보다는 미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성장주’인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미국 금리 인상이 9월 이후로 늦춰지고 한국 유럽 일본은 계속해서 돈을 풀면서 풍부한 유동성이 성장주로 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동석 센터장은 “최근엔 코스닥 성장주의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성장성과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동반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와 기술·혁신에 대한 기대로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이 코스닥 시장에 대거 몰려 있는 것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1조 클럽’ 25개 종목 가운데 바이오 관련주는 ‘대장주’인 셀트리온을 비롯해 메디톡스, 바이로메드, 코오롱생명과학 등 11개나 된다. 여기다 화장품, 엔터테인먼트, 게임 등 중국 소비시장 성장의 수혜를 받는 종목들도 코스닥에 포진해 있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둔화 우려, 헬스케어 강세에 따른 중소형주의 약진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한국의 코스닥처럼 미국, 중국도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 시장인 ‘나스닥’ ‘차스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증시에서는 올 들어 나스닥지수가 2.75% 오르는 동안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92% 하락했다. 중국에서도 중소·벤처기업 시장인 촹예반(創業板·차스닥)이 올해 77.0% 급등했다. 상하이종합지수의 상승폭 12.49%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한국도 올 들어 코스닥이 41.67% 급등하는 동안 코스피는 9.85% 상승하는 데 그쳤다.

○ 일부 바이오주 거품 “옥석 가려야”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코스닥의 질주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에 쏠려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당분간 코스닥 상승 추세가 꺾이진 않겠지만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상승폭이 둔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기현 센터장은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금리 인하 등 경기부양책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미국도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으로 금리를 인상하면 성장주보다 경기 민감주가 두각을 보일 것”이라며 “코스닥은 단기간에 많이 올라 부담이 커진 만큼 그동안 덜 오른 코스피 가치주를 눈여겨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특히 단기간에 급등한 바이오, 화장품주의 ‘거품 논란’도 커지고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술과 혁신에 대한 환상이 작용하면서 상승을 이끄는 종목만 바이오로 바뀌었을 뿐 1999년 IT 버블을 보는 기분”이라며 “다만 앞으로 주가가 더 오를 여지가 있어 버블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부 바이오 종목은 실적, 자산 대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모두 100배를 넘는데 이는 정상이 아니다”라며 “중국 중소형주의 거품이 붕괴되며 급락하고 있는 것처럼 꿈만 좇아 급등한 코스닥 종목도 이렇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미래 성장성만 보지 말고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을 골라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그동안의 상승세를 즐겼다면 한동안 쉬었다 가는 것도 좋다는 조언도 나왔다. 류승선 센터장은 “코스닥지수만 보고 무작정 들어가지 말고 종목별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한다”며 “헬스케어주는 장기적으로는 성장성이 있지만 미국 나스닥의 헬스케어주가 조정 조짐을 보이고 있어 코스닥 종목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임수 imsoo@donga.com·이건혁·주애진 기자
#메르스#그리스#코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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