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번 주 토요일에는 디비(DB) 가자. 스트레스 좀 풀게 공도 치고 수영도 하고 바비큐도 먹고 오자.”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말했다. 디비는 홍콩의 한 골프장이다.
골프장은 늘 아름답다. 푸른 잔디와 상쾌한 공기를 접하면 가슴이 탁 트이고 기분은 달아오른다. 이런 골프장을 가족과 함께 간다면 어떨까. 홍콩에서는 자연스럽지만 한국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홍콩에는 정규 코스를 갖춘 골프장이 4개 정도 있다. 3개는 회원제이고 하나는 퍼블릭 골프장이다. 필자가 느끼기에 홍콩은 잘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어울려 살기에 적절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주거비용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비싸지만 대중교통 요금, 전기료 등은 비교적 싼 편이다. 음식은 엄청 비싼 것부터 저렴한 것까지 골고루 판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도 홍콩의 이런 시스템 덕을 볼 수 있다. 회원제 골프장에서 주말 라운딩을 하면 비회원의 경우 1인당 40만∼50만 원이 든다. 하지만 퍼블릭 골프장에선 주말 13만 원, 주중은 9만 원 정도다. 홍콩 당국이 정책적으로 퍼블릭 골프장의 가격을 낮췄다. 그런데도 시설은 비싼 회원제 골프장 못지않다.
회원제든 퍼블릭이든 홍콩 골프장의 가장 큰 특징은 ‘가족’이다. 가족이 함께 들르는 게 무척 자연스럽다는 얘기다. 홍콩 골프장은 골프연습장뿐 아니라 수영장, 테니스코트 등을 함께 갖추고 있다. 인근에는 바다가 있어 모래사장을 걷거나 등산로에서 가벼운 산책을 할 수도 있다. 클럽하우스 식당에서는 가족이 가면 제일 좋은 자리를 내준다. 무엇보다 홍콩 골프장은 골프장 내에서 파는 물품이 시중보다 싸다. 그러니 홍콩의 골프장은 가족들이 함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레저공간이 된 것이다. 홍콩 골프장의 경영이 어렵다거나 회원권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한국의 골프장은 경영이 어렵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회원권 값이 내리막길로 접어든 지도 이미 오래됐다. 더구나 요즘 메르스 영향 때문에 골프장이 더 썰렁할지도 모른다.
골프장은 썰렁해도, 엔화 약세 움직임이 더 강화돼도, 메르스 악재가 단기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홍콩 현지 투자가들의 기대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급등세를 이어가다 잠시 주춤하고 있는 바이오, 화장품 주식 같은 새로운 주도주가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산업이 다양화되면 새로운 성장 스토리가 만들어질 테고, 한국은 그럴 만한 능력이 충분히 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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