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삼성, 사업재편 - 경영권 승계 동시에 해결 포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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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결의… 통합법인 9월 출범
전자-금융-건설서비스 ‘3각편대’로
두 회사 주가 급등… 시장 긍정 반응

삼성그룹 지배구조상 핵심 위치에 있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한다. 최근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되면서 경영권 승계의 첫발을 내디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도 이번 합병을 통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두 회사 간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이 1 대 0.35 비율로 삼성물산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합병법인 명칭은 삼성물산으로 결정됐다. 삼성물산이 그룹 모태인 ‘삼성상회’(1938년 설립)의 전신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한 것이다. 삼성그룹은 7월 두 회사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 안건이 통과되면 9월 1일자로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자산 규모 39조 원, 연간 매출액 34조 원(지난해 기준)인 건설 및 서비스 회사가 탄생하게 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면 현재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뤄진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된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가지고 있는 이 부회장은 합병법인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6.5%)가 된다.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모두 총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각각 제일모직 지분 7.8%를 보유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도 합병법인 삼성물산 지분 5.5%씩을 갖게 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2.9%)과 이들 3남매를 포함한 총수 일가 지분은 30.4%에 이른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을 계기로 실질적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사업구조도 명확해졌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전자부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주축이 된 금융부문,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등 중공업·건설 및 서비스부문이라는 ‘3각 편대’로 재편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제일모직은 직전 거래일(22일)보다 2만4500원 오른 18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물산은 8200원 오른 6만3500원에 마감했다. 두 회사가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인 15만6493원과 5만7234원보다 각각 20.1%, 10.9% 높은 가격이다.

이날 주가 상승으로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직전 거래일에 비해 4조5885억 원(제일모직 3조3075억 원+삼성물산 1조2810억 원) 늘어났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김지현·정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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